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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오늘 아침 동네 산책

오늘 아침 동네 산책


아침저녁으로 매일 걷는 길이지만
늘 다른 모습으로 우릴 맞는다.
매일 만나는 사람도 있지만 새로운 얼굴도 있다.

무엇보다도 주택가의 화단에 피는 꽃들의 변화는 변화무쌍하기가 이를 데 없다.
변화한다는 것은 시간이 흐른다는 걸 의미한다.
변하지 않는 것 같지만
매 분, 매 초마다 변하고 흐르는
시간,
그리고 삶.

걷다가 무언가 변한 걸 보고
그 변화를 감지하는 순간,
나의 눈도,
나의 의식도 변화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봄에 피기 시작한 꽃들 중,
어느새 진 것들이 있다.
양귀비가 그렇고 접시꽃이 그렇다.
해바라기 씨가 익어 가고
분꽃의 씨가 벌써 까맣게 여물었다.
노란 루드베키아는 지금 흐드러지게 피었다.
담장 밖으로 마구 퍼질 기세이다.

피기 시작할 때가 먼 기억이 아닌데
벌써 꽃은 사라지고 씨앗을 받을 때가 된 녀석들도 있다.

나는 지금 어느 시간을 살고 있는 걸까?

꽃이 한창일 때인가,
아니면 꽃이 지고 씨가 맺힐 때인가,
아니면 꽃도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시들어가고 있는 중인가.

그 대답을 찾으러 오늘 저녁 또 산책길에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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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에 있는 어느 건물
최근에 그림이 바뀌었다.
한국사람이 그린 것이다.
비슷한 그림을 동네 몇 군데서 보았다.
여인의 시선에 작가의 시선을 집중해서 그린다는 인상.

나무에서 매일 노란 꽃이
보도와 차도의 일부를 덮을 정도로 떨어진다.
여름에 노란 눈이 내린 것 같다.

날이 더워서 누군가 소화전의 물을 열어놓았다.
물이 나오는 궤적이 아름답다.

나무의 한 부분이 이끼가
빗물 흘러내리듯 끼어 있다.
그것이 궁금한데 알 도리가 없다.

수녀원 담장 안의 봉숭아가 고개를 빠끔히 내밀고 있다.

수녀원 화단 안의 백일홍과 장미.
수녀님들의 붉은 마음

요즘 동네 화단의 대세는 루드베키아

꽃잎이 뒤로 휜 이 꽃 이 참나리라고
아내는 내게 참교육을 했다.
내일 아침 복습 삼아 또 물어볼 것이다.

나는 도시의 방화용 계단이 늘 흥미롭다.
수직선과 수평선의 연결,
그림자가 생길 때 기하학적으로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뉴올리언스에서 참 아름다운 계단 그림자 사진을 찍은 기억이 있다.


우리 산책길의 주택가.
Brown Stone House라고 하는데 일대가 사적지다.


한 때는 크고 아름다웠을 것이다.
쇠퇴와 소멸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저 건물.
나는 어떤 모습으로 이 시간을 걸어가고 있을까-----

잎을 보고 호박인 줄 알았다.
아내가 꽃을 보더니
"박꽃이 아닐까?"

그렇게 말하는 아내의 이도 박꽃처럼 하얗다.


배롱나무 꽃도 한창이다.


초롤 잎 위에서 보면
노란 꽃이 보이지 않는다.
이파리 밑에 숨어 피는 꽃

옥잠화는 이제 끝물.
우리 뉴저지 집에도 몇 해 옥잠화가 피었는데
어느 해인가 사슴들이 꽃들을 다 먹어 버렸다.
그리고 옥잠화의 꽃을 볼 수 없었다.

눈에 띄는 색의 조합

빵 부스러기.
비둘기 네 마리가 나란히----
참새 한 마리 꼽사리.
건널목의 흰 선도 나란히---


해바라기의 노란 빛이 참 명랑하다.
벌들은 이른 아침부터 작업 중(?)


강아지 풀

두 여인

자전거 두 대.
한 대의 앞 바퀴는 없고,
다른 한 대의 타이어는 펑크.
자전거가 두 대여도 탈 수 있는 자전거는 한 대도 없다.

나를 바라본다.
바퀴 하나가 없음을 눈치도 채지 못 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타이어의 바람이 없는 걸 알면서도
하루하루를 그냥 구멍 난 바가지 속의 물처럼 질질 흘리며 살고 있지는 않는가?

아내는 꽃씨를 훔치고(?) 있다.
나는 아내가 부럽다.
내년이라는 기 시간을 기다려
씨앗을 심고 꽃을 기다리는 그녀의 꿈이, 소망이
한없이 부럽다.

밤에는 상점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
돈은 벌어야 하는데
밤 새 편안하게 문을 열어놓고 장사를 할 수 없는
삶의 고단함.

저 작은 통로가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는 걸까?

새로 이사 갈 콘도의 지붕에서 바라보는 전망 360도
Rockaway Beach. Manhat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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