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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모두가 사랑이에요

모두가 사랑이에요

 

모두가 사랑이에요

사람도 많고요 사랑해주는 사람도 많았어요

모두가 사랑이에요

마음이 넓어지고 예뻐질 것 같아요

이것이 행복이란 걸 난 알아요

 

-해바라기의 노래 '모두가 사랑이에요" 가사 중에서-

 

 

"자식이 꽃이라면 손주는 열매"라는 말을

어느 친구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즈음 자주 든다.

손주들을 보는 것은 늘 새로운 설렘과 기쁨을 선사한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그 아이들을 마음속으로 그리며,

'그리워하기'를 한다.

그러다 어떠다 만나게 되면

내 마음뿐 아니라 몸의 세포 마디마디까지

환희로 조용한 환호를 하게 된다.

단연코 세상의 가장 큰 기쁨은 손주들과 함께 하는 일이다.

 

잭 니콜슨이 강박증 환자로 주연을 한 영화 '이보다 좋을 순 없다'에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여인에게

"당신이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도록 만들었어."라고 하는 대사가 나온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더 곱고 아름답게 하려는 의지가 사랑이라면

나도 마찬가지로 손주들에게 그런 말을 해주고 싶다.

"너희들 때문에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라고.

 

그런데 꽃들이 각자 자신 만의 빛과 향기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손주들도 다른 모습과 행동을 가지고 나를 대한다.

가벼운 심장의 떨림으로 손주들을 보러 갈 때면

이미 언질을 받은 손주들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방문을 기다리며 흥분하기 시작한다.

 

손주네 집에 도착하면

손자 대지가 제일 먼저 맨발로 문 밖까지 뛰어나와

두 팔을 들고 

활짝 핀 접시꽃 같은 미소로 우리를 맞는다.

 

그다음이 제일 어린 손녀인 배희가 엄마 품에 안긴 채

여전히 낯선 이방인(?)과 눈을 맞추며

얼굴을 찡그린 채 불편한 태도로 우리와 만난다.

자주 만나지 못해서 낯이 설기 때문이다.

 

그런데 큰 손녀는 방문할 때마다 보이지 않는다.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우릴 기다리기 때문이다.

반가운 인사를 대지와 딸에게 건네며

"세희는 어디 갔나?"라고 하며

보이지 않는 큰 손녀를 찾기 시작하는데

자신의 일부를 눈에 띄도록 거실의 소파 옆에서 숨어있는

그녀를 찾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늘 거기에 숨어 있으니 말이디.

 

성격에 따라 할머니 할아버지의 방문을 환영하는 방법이

손주들마다 다르다.

세희는 숨어서 조심스럽고 수줍게,

대지는 온몸으로 노골적으로

우리를 환영한다.

 

살아오면서 나는 나를 맞고 대하는 태도를 보며

그 사람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가늠했다.

그래서 대지 같이 적극적인 마음으로 나를 대하는 사람에게는

나도 같이 기쁨과 사랑의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반대로 말없이 숨어서 소극적으로 나를 맞는 사람들에게는

나 또한 소극적으로 별 관심을 갖지 않고

마음을 나누는 일에도 인색하기 그지없이 살아왔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되어서야 비로소 조금씩

눈이 트이는 것 같다.

사랑의 마음으로 보면

세희나 대지 모두 나를 기다리고 사랑한다는 것이 보인다.

 

밖에 나와 보이게 두 팔을 드는 것도

집 안에 몰래 숨어 있는 것도

다 그리움이고 설렘이며 사랑인 것을-----

그래서 그 어느 것도 가볍고 무거움을 따질 수 없는

소중한 삶의 태도임을

할아버지가 되고 난 뒤에야 조금 눈이 트여 보게 되었다.

 

아직도 낯선 나와 눈을 마주치면 울까 말까 하며

얼굴을 찡그리고

발이라고 만지려고 하면

경계 태세를 갖추는 고양이처럼

발가락을 잔뜩 오므리는 어린 배희의 적대적(?)인 행동도

모두 반가움이라고 나는 보고 읽는 것이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다면 나의 삶은 좀 더 사랑으로 풍부하고 아름다웠을 것이다.

 

아, 정말로 나를 스쳐간 많은 사람들과 시간들.

특별히 말없이 나를 스친 사람들의 눈짓들.

 

마음의 눈으로 보면

그 모두가 사랑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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