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에서 생긴 일 - 별 다섯의 무게
오늘 아침 나이 지긋한 손님 한 분이 세탁소에 들렸다.
셔츠 두 장과 바지 두 벌을 세탁하기 위해서였다.
이 손님은 지난주에 처음으로 들른 적이 있는데
요즘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에는 별로 손님이 많지 않아서
이름과 얼굴까지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내 기억은 이름과 얼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탁했던 셔츠와 얼룩까지 미치고 있었다.
얼룩이 없었다면 모르거니와
내게 약간의 고통까지 선사할 정도로
제거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에 내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다.
내 세탁소 경력 30 년을 걸고 맹세하는데
그런 종류의 얼룩은
세탁소 열 곳 중 여덟 아홉은 빼지 못한다고 장담할 수가 있다.
나도 자신이 없이 시작했지만
결국 사투 끝에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었다.
그 셔츠의 주인이 오늘 다시 출현을 한 것이다.
바지 두 벌과 셔츠 두 장.
잘 살펴보니 같은 장소에 지난번과 비슷한 얼룩이 묻어 있었다.
내가 옷을 살피는 동안 그 손님이
물어보지도 않은 말을 했다.
자기가 원래 다니던 세탁소보다
우리 세탁소 가격이 조금 비싸기는 하나
거기서 빼지 못 한 얼룩도 빠지고
옷이 훨씬 깨끗하게 세탁이 되어서 다시 왔다는 것이다.
물론 기분이 좋았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가끔씩 젊은 손님들이 찾아오곤 했다.
주소를 물어보면 우리 세탁소에서 꽤 먼 곳에 살고 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손님이 구글의 리뷰를 보았는데 "평가가 좋아서"라고 알려 주었다.
사실 그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일을 했는데
모르는 사이 누군가가 우리 세탁소를 관찰하고
평가를 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도 구글로 검색을 했더니
열 세명의 손님이 별 다섯을 주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우리가 별 다섯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걸
내가 제일 잘 안다.
그러나 별 다섯 개의 평점을 보고 난 뒤부터는
더욱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대충 일을 하려다가도
별 다섯 개를 어깨에 달아준 손님들의 마음을 배반하고 싶지 않아서
손님들의 옷을 한 번이라도 더 살피고
손길을 주게 되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사랑한다, 훌륭하다 라는 칭찬을 하면
그것은 내 어깨 위에 별을 달아주는 것과 같다.
그러나 그 별은 동시에
더 사랑스러운 사람, 더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의무감까지 덤으로 달아주는 것이다.
'왕이 되려는 자, 왕관의 무게를 견디라'는 말도 있듯이
별 다섯 개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오늘도 나름 눈을 부릅뜨고 마음을 다하고 정성을 다 하며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아침에 온 손님의 셔츠와 바지에 묻은 얼룩을 빼고
세탁기에 넣은 뒤
얼마나 깨끗하게 빨려서 나올지
자못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칭찬하고 칭찬을 받는 가운데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수 있기에
칭찬하는 일과 칭찬받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 살면 모든 이들의 어깨 위에서
반짝이는 별들로
세상은 더 밝고, 더 아름다워 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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