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김춘수의 '꽃' 중에서

 

우리 부부에게는 본래 딸 셋과 아들 둘이 있다.

그런데 살다 보니 딸 몇이 더 늘었다.

 

딸들 이름은 아이들 할아버지께서 영자 돌림으로

위로부터 소영, 지영, 선영이라고 지어주셨다.

 

그런데 오래전에 큰 딸 친구 썰리나 가 

자기에게도 한국 이름을 하나 지어 달라고 해서

아내가 지어준 이름이 나영이다.

썰리나(Celina)는 큰 딸의 베프인데

고등학교 시절 내내 학교 치어리더와 댄스 팀에서

소영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고

우리 식구들 만의 페이스 북에도 자유롭게 출입을 하는

말 그대로 우리 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어서 둘째 딸 친구 브리엘도 한국 이름을 지어 달라고 해서

화영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브리엘은 친구들 사이의 설문조사에서  

사회에 나가서 가장 성공할 것 같은  인물 1 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브리엘은 친구들의 예상을 깨고

슬로바키아 출신의 남편을  만나

지금은 슬로바키아에서

아이들 셋을 낳아 평범하게 기르고 있다.

그런데 아이들을 키우고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행복해 보여서

꽃 화자가 들어가는 화영이라는 이름이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화영이는 세상에서의 성공보다는

가정의 행복이라는 참 좋은 몫을 택해서

아름답게 삶의 꽃밭을 가꾸며 살고 있다.

참 화영이는 김치도 직접 담가서 먹는다.

(우리 딸들은 김치를 담가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셋째 딸 선영이의 친구 쏘피인데

쏘피는 로체스터에 있는 Eastman 음대 동기로서

선영이를 포함한 목관 오중주단 Arabesque'의 멤버이다.

다섯 명의 멤버가 뉴욕에서 열린 국제 음악 콩쿠르에 참석했는데

일주일 가량 우리 집에 머문 적이 있다.

(그때 Arabesque는 대상을 받았고 상으로 카네기 홀 연주할 기회를 얻었다.)

그런 인연으로 쏘피는 선영이를 통해

한국 이름 하나 갖기를 간절히 원한다는 청을 넣었다.

그래서  (아름다울)가 영이라는 한국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이렇게 딸 셋을 공짜로 얻는 동안

아들 둘은 뭘 했는지

공짜 아들을 얻을 기회는 오지 않는가 싶었는데

드디어 기회(?)가 왔다.

 

그 아들 후보는 바로 셋째 딸 선영이의 남편이자

우리 셋째 사위인 댄(Dan Mathews)이다.

댄은 Mississippi 출신으로

제법 규모도 있고 인지도도 높은 회계법인에서 공인 회계사로 일 했는데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퇴사를 해서

오디오 기술자로 활동하다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현재는 본의 아닌 실직 상태에 있다.

(딸을 둔 부모로서 아쉽고 안타깝다. 그 좋은 신의 직장을 뛰쳐나오다니----)

시간이 남아도는 까닭인지 

자기 장모에게 2-3 주 전에 메시지를 보냈다.

어디서 배웠는지 한국말로 어머니 어쩌고 하면서

인사말과 함께 한국말을 배우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거기에 덧붙여 자기도 한국 이름을 갖고 싶다고 했다.

딸들의 경우에는 다 우리 딸을 통해 작명 요청이 왔는데

댄의 경우는 본인이 직접 청을 넣는 적극성을 보였다.

 

댄은 컴퓨터를 통해 

일주일에 한 번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아내는 한국 국어 정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뉴저지 한국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경험이 있어서

댄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한국어 선생님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댄이 한국 이름을 갖고 싶다는 것은

진실로 우리 식구의 한 부분이 되고 싶다는 열망 때문일 것이다.

딸들의 경우에도 브리엘 빼고는

자기가 갖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 한,

우리 가정의  따뜻한 분위기에 어울리고 싶어서

한국 이름을 갖고

우리 식구가 있는 꽃밭에서 자기도 꽃으로 피어나고 싶은

소망이 한국 이름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것은 아마도 댄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요즈음 k-pop이 있고, k-food와 더불어 k-방역까지

한국 열풍이 불고 있는데

여기에 덧붙여 k-family의 은근한 바람도 불면 좋을 것 같다.

사랑과 배려가 어우러지는 행복한

한국 가정의 모습이 모델이 되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전염력이 강한

사랑의 바람이 세상 곳곳에 퍼지면 참 좋겠다.

 

그나저나 댄의 한국 이름을 뭐라 지을지 

걱정거리 하나 늘었다.

우리 아들 둘, 준기, 민기에 이어서

또 한 명의 아름다운 아들의 이름을 뭐라고 하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