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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된장국 한 그릇

된장국 한 그릇


아내가 점심 배달을 왔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아내는 늘 내게 

따뜻한 점심을 준비해서 가져다 준다.


오늘 점심은 별 특별한 것이 없는

아주 단순한 메뉴였다.


새로 한 밥 한 그릇,

그리고 두부와 콩나물 외에는 다른 씹을 거리가 전혀 없는'

된장국 한 그릇이 전부였다.


밥을 한 숟가락 뜨기 전에

된장국을 떠서 입 속에 떠 넣었다.


아, 그것은 지상에서 맛 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콩나물과 

콩으로 만든 두부와 

콩을 쑤어 만든 메주를 오랜 시간 숙성시켜 만든 된장,

이 콩 3총사를 완벽하게 조합해서 끓여낸

아내 표 된장국을 먹으며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 했다.

따뜻한 흰 밥과 된장국의 조합은

내 입을 천당으로 만들어 놓았다.


있는 된장국을 먹으며

나라는 사람은 이런 된장국을 먹을 가치가 있는 존재인지를 

생각하게 해주었다.


지난 주 일요일 어머니 날을 지나며

사람들은 어머니를 위한 꽃과 선물을 사느

그러지 않아도 얇아진 지갑이

아예 비어버린 것 같아 보인다.

이 번 주 들어 세탁소를 찾는 손님은 눈에 띄게 줄은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오늘 아침도 예외는 아니어서

얼마나 한가한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오전 중에 벌써 줄넘기를 1000 번을 넘겼고,

아령을 들고 하는 스쿼트도 50 회 이상을 한 상태였다.


이 번 주에는 생활의 수준이 아닌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수입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자

갑자기 삶이 슬퍼지는,

아주 맥 빠진 기분에 싸여 있을 때

마침 아내는 점심을 싸서 내게 들고 온 것이다.


흰 쌀밥과 함께 

된장국 속의 두부와 콩나물을 우적우적 씹으며

나는 다시 코로나 바이러스와,

또 그 때문에 비롯되는 모든 근심과 걱정에 맞서

씩씩하게 살아갈 결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 맛이 있어서

눈물을 닦을 여유도 없이

땀을 흘리며 먹은 된장국 한 그릇.


그 맛난 된장국을 오랫 동안 맛보기 위해서라도

비록 거의 손님이 오지 않는 세탁소 안에서

슬퍼하지 않고,

우울해 지지 않도록

줄넘기도 하고 아령도 들며

오늘 오후도 바쁘게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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