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문 (Super Moon)
어제 오후에 아내에게 문자가 왔다.
오늘 수퍼 문
일찍 가볍게 저녁먹고 걷고
저녁노을 + 달구경
세탁소 문 닫고 저녁 식사가 끝나면
늘 그러하듯 저녁 산책을 한 뒤에
저녁 노을과 달구경을 하자는 내용이다.
보통 달도 아니고 수퍼문이라고 하니
나도 호기심이 아주 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저녁 식사 후 걷는 것은 일상이 되었으니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달구경은 유별난 일이었다.
문자의 내용이 명령문은 아니어도
나에겐 엄중한 무게로 느껴젔다.
우리 집은 '지시 독점주의'가 통용되는데
모든 지시를 할 수 있는 분은 마님 한 분(갑) 뿐이시고
나는 그 지시를 이행해야 하는 의무만을 지는 위치(을)에 있다.
나는 마님께 지시가 아닌 부탁을 해야 하는 처지에 있는데
흔히 말하는 '간청' 내지는 '애걸복걸'이라는 말이
내가 아내에게 부탁을 할 때
객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다.
마님의 문자에 굳이 마음의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되는 것은
내가 무얼 하지 않아도
그저 그 분의 계획에 따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고 제법 멀리까지 걷기 원정을 나갔는데
어느 블록인가를 지나는데 제법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아, 7 시구나."
얼마 전 읽었던 뉴욕 타임즈 기사 때문에 7 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저녁 7 시에 뉴욕 사람들이
문 앞이나 발코니에 나와서
남비같은 것을 두드리며 소리를 지른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는데
그것은 경찰이나, 의료진 등 Essential Worker 등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힘 내라고 응원하는 행위라는 거였다.
그런데 내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도
그리 한다는 것을 어제 처음 알았다.
걷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서둘러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갔다.
마님은 막걸리까지 준비했는데
달 월자가 들어간 월매라는 브랜드의 막걸리였다.
옥상에 오르니 날은 벌써 기울었고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지상에서는 운신이 자유롭지 못 한 바람들이
거칠 것이 없는 건물 꼭대기로 다 몰려온 것 같았다.
가을 바람처럼 아주 산뜻하고 기분이 상쾌했다.
해가 진 맨하탄 쪽 하늘은 구름으로 그득했다.
노을 구경은 결과적으로 신통치 않았다.
달빛을 안주로 마시려던 막걸리를
달을 기다리다 못 해서 미리 마셨다.
해가 지고 어둠이 밀려오는데
달은 떠오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얼마를 더 기다려도 달은 그 자태를 드러내지 않았다.
노을, 구경,
달 구경.
마님이 제시한 구경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마님께 드러내 놓고 투정부릴 수 없음을
지성을 갖춘 사람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수퍼 문을 기다리다 허탕을 치고
옥상에서 내려 오면서 내가 한 마디 했다.
하늘의 수퍼 문(Super Moon)을 볼 수는 없으나
우리 조국 대한민국에 Super Moon이 있지 않느냐고
넌지시 말을 건넸다.
여러 가지 인간적인 결점이나 실수도 있겠지만
세계 곳곳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나의 조국 대한민국을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안정적인 상태로 만든 공적은
많은 부분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에 빚지고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견해가 다를 수도 있지만
최근의 대통령 지지도가 70 %가 넘었고
그것은 같은 연차 임기의 역대 대통령 중 최고라고 하니
비록 하늘의 수퍼 문을 보지 못 했어도
나의 조국에 Super Moon이 있음이 자랑스러운 것이다.
그것은 내가 문 대통령의 주관적이고 열렬한 지지자 여서가 아니라
36 년 이상을 살고 있는,
천조국이라고도 부리리우는 이 나라의 대통령과는 너무 비교가 되니
넋두리 한 번 해 본 것이다.
(요즘처럼 대한민국 국민이 부러운 적이 없다.)
그나저나 언제 다시 수퍼 문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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