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봄에 쓰는 편지
아직 뉴욕엔 희망의 빛이 보이질 않는 것 같아요.
이젠 가까운 분들의 감염 소식과 사망 소식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경제적인 문제도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그 걱정은 우리 뿐 아니라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운 많은 사람들 모두의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세탁소 영업 시간을 축소해서
짜투리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종업원들도 출근하지 않고
얼마 되지 않는 세탁물은 내가 조금씩 처리하고
대부분은 Whole Sale하는 곳에 보냅니다.
그래서 세탁소 안에서 줄넘기도 하루에 천 번도 넘게 하고
아령을 들기도 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한 시간씩 걸으면 2만 보 쯤 됩니다.
덕분에 몸무게도 많이 줄고
의사들이 정한 정상 혈압보다 조금 높던 혈압도
기준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으킨 여러가지 골치 아픈 일들은
내가 걱정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니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이 엄한 시간을 지내려 합니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마음대로 하던 그 많은 일들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평범함에 대한 고마움과 동경을 하게 됩니다.
이런 시간 ,
이런 마음으로 해서
긴 터널을 지나고 나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런 시간도
내 삶을 꽉 차게 만들어 줄 수 있도록
잘 채워가야 하겠지요.
나무의 나이테는 겨울에도 자란다고 하지요.
겨울에 자라는 나이테는 색이 진하고 더 옹골차다고 합니다.
그 사실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이 슬프고 어둔 봄도
얼마간 걸어가서 고개 돌리면
찬란하게 빛이 나면 좋겠습니다.
요즈음은 "건강하세요."라는 인사가
최고일 것 같습니다.
마음을 담아 "건강하세요."라고 인사드립니다.
갓 돋은 나무의 초록빛이
봄 비 속에서 참 아름답네요.
다시 한 번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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