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
오늘 저녁 식탁 모습이다.
나는 보통 음식 사진을 찍지 않는데
그 까닭은 먹기 바빠서이다.
그런데 오늘 저녁은 그 모습을 찍어 놓았다.
아내는 일 주일에 1 박 2 일 뉴저지에 있는 친정에 다니러 간다.
일종의 효도 행위라고 할 수 있는데
가는 김에 우리 집에 들리기도 한다.
한 해 하고도 반 년 동안 남에세 집을 세 주었는데
텃밭은 우리가 농사를 짓는 조건을 달았다.
그런데 자주, 그리고 꼬박꼬박 들릴 수 없으니
텃밭은 진즉에 폐허가 되어다.
텃밭을 폐허로 만든 주범은 사슴과 토끼다.
우리가 살면서도 눈을 부릅뜨고 감시를 해도
그 놈들의 행패를 막을 수 없었는데
감시의 눈길이 뜸하니
애초에 텃밭을 시작한 것은
결과적으로 그 녀석들에게 보시를 하는 일이 되고 말았다.
케일이나 잎상추, 그리고 토마토는 잎이 올라오자마지
다 사라지고 말았다.
올 해 수확이라고 해 봐야 호박 몇 개와 오이 몇이 전부였다.
그런데 오늘 저녁 아내가 돌아오는 길에
반들반들 윤이 나는 호박 한 개와 오이 한 개를 들고 들어왔다.
우리 텃밭에서 난 소출이었다.
그 반가움은 군대간 막내 아들이 휴가 온 것에 비견할 만했다.
아내는 호박을 후라이 팬에 기름을 두르고
살짝 익혀서 그 위에 양념 간장을 얹어서 식탁에 올렸다.
그리고 오이는 썰어서 고추장과 함께 놓았다.
호박과 오이 모두 얼마나 싱싱하고 단지 몰랐다.
그렇게 단 만큼 마음이 아파왔다.
호박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데
눈물이 맺혔다.
우리 집 텃밭의 채소는
오늘 저녁의 호박과 오이를 마지막으로 영영 이별이기 때문이다.
이별을 해야 할 대상이 어찌 채소 뿐일까,
8 월 30 일이면 26 년을 살았던 우리 집을 새 주인에게 넘겨야 한다.
오늘 저녁의 호박과 오이는
우리 집과의 이별이 멀지 않았다는 사실을
내게 알리는 전령의 역할을 한 것이다.
우리 부부와 아이들 다섯,
그리고 강아지 두 마리가 살았던 우리 집.
우리 식구가 함께 만들었던
시간과 기억이 남아 있는 우리 집과의 이별 때문에
눈과 마음이 살짝살짝 아프다,
우리 집과 이별을 하고 나면
세상 떠날 때 경험할 그 아픔과 슬픔에 조금 더 친숙해질 수 있을까?
오랫 동안 경험하고
또 연습도 했거만,
이별은 여전히 아프고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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