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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Overlook Mountain의 바람 그리고 석이버섯

Overlook Mountain의  바람, 그리고 석이버섯 

 

 

 

 

 

 

지난 7 월 4 일 독립 기념일을 맞아

뉴욕 주 Woodstock이라는 곳에서 며칠을 식구들과 보냈다.

 

작년에는 로드 아일랜드의 바닷가에서 지냈는데

우리 집을 세를 준 이후로 

식구들이 전부 모일 수 있는 기회가 별반 없는 까닭으로

며칠 동안 아무 생각없이 함께 먹고 마시며 놀자는 의도로

아내가 기획한 집안 행사라고 할 수 있었다.

 

7 월 5 일엔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

아내와 나는 인근에 있는Overlook Mountain으로 산행을 다녀 왔다.

 

처음에 갈 때는 고생을 좀 할 줄 알았다.

 

산 이름 Overlook Mountain을 처음 내 귀로 영접했을 때 

은근히 위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주변의 산이며 계곡을

눈을 내리 깔고 본다는 뜻이니

산이름 자체에서 풍겨 나오는 카리스마에 

흐물흐물한 연체동물의 정신력을 가진 내가 압도당하는 느낌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에서 차를 타고 약 15 분 정도 가다 보니

뱀처럼 구불구불한 산길을 만나게 되었다.

그 구부러짐의 각도며

산길을 오르는 경사가 만만치 않아서

자칫 방심하면 사고가 날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는데

어느 지점부터 길 주변에 각색의 깃발이 빨래처럼 널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미국에도 성황당이 있나?"

 

호기심을 가지고 가다 보니

고개 정상 마루에 큰 건물 두 채가 보였다.

티벳의 불교 사원이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수도원(Monastery)라는 말을 해서

가톨릭 수도회 중 하나가 있는 줄 알았는데

뜻밖에 불교 사원, 그것도 티벳의 불교 사원이 

그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은 영 내 생각의 범주를 벗어난 일이었다.

 

전 날 저녁 Woodstock의 읍내를 배회하면서

티벳과 그에 관련된 물건을 파는 가게를 두어 곳 지나치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는데

거대한 불교 사원을 보고서야 비로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그러나 티벳의 불교 사찰이 Woodstock에 자리를 잡은 것은

아직도 의문이다.

 

티벳 불교 사원의 독특한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두고 싶었는데

산에 오르고 내려 오는 길에 하기로 하고

일단은 지나쳤다.

그러나 그 일은 아직도 마음 속에 해야 할 일로 저장되어 있을 뿐

지금까지도 하지 못하고 있다.

카메라의 배터리가 중간에 자기 몫을 다 했다고

나둥그러진 때문이다.

 

감흥이 났을 때 해야지

미루면 안 되는 것이다.

 

'Carpe Diem'

 

그러나 꼭 아쉽고 후회스럽지만은 않다.

그 낯설고 신비로운 사찰의 모습은'

심상으로 내 속에 맺혀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를 떠 올릴 때마다 신비로움과 함께 아쉬움까지 묻어나며

내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삶의 길은 절대적인 옮음이나 그름은 없는 것 같다.

실존만이 있을 따름이다.

 

고개 마루에서 내리막 길을 1 분 정도 내려가니

오른 쪽으로 주차장이 보였다.

우리보다 앞 선 서너 대의 차밖에 없었으므로

우리는 산으로 오르는 길목에서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할 수 있었다.

 

등산 안내 표지판을 보니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이 약 4 마일 가량 되었다.

그런데 산행하면서

흑곰과 방울뱀을 조심하라는 경고문도 표지판 한 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산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는데

그 위에 놓여진 나무다리를 밟고 건너야 했다.

 

다리를 지나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마치 경건한 통과제의 같은 것이었다.

인간 세상에서 선계로 넘어가는

그 경계 같은 것을 통과하는 

거룩함으로 그 다리를 지났다.

마음의 깃을 여미며 입산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 거룩하고 경건했던 마음의 깃은

다리를 건너며 흐트러지고 말았다.

숲 속은 말 그대로 공기 반, 날벌레 반으로 채워진 상태였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날벌레 떼가

내 몸을 훑으며 지나갔고,

그 중의 몇은 내 눈 안으로 침투를 했다.

 

'눈 깜짝할 사이'라는 말이

그 곳에서는 별 설득력이 없었다.

눈을 깜짝하기도 전에 날벌레가 내 눈 안으로 들어왔는데

하산할 때까지 도합 다섯 마리나 되었다.

'눈 깜짝할 사이'는 그리 빠른 시간이 아니라는 교훈을 그 숲 속에서 얻었다.

 

그리고 또 하나 내 마을결을 휘젓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거미줄이었다.

한 걸음을 뗄 때마다 거미줄이

내 얼굴에 감겼는데

그 성가심은 결국 나로부터 짜증을 유발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면 그리 짜증을 낼 일도 아니었다.

밤 새 건축 작업을 했던 거미로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무릅써야 하니

피장파장이었다.

 

하기야 거미로서는 생업까지 달린 문제이니

어찌 보면 피해가 큰 쪽은 그 편이었다.

나의 피해는 짜증스러움으로 그 한계선을 그을 수 있겠지만

거미는 그 날 생업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되었으니

그 숲에서 얻은 또 하나의 교훈으로 밑줄을 그어 놓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내가 날벌레의 몸으로 태어나지 않음으로 해서

목숨을 잃지 않았음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 말씀도 있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서

범사가 범사가 아닌 아주 중대한 일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시간은

그래서 아주 중차대한 것이다.

 

숲은 적어도 나에게는 지옥과 같았다.

아내도 날벌레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적어도 나보다는 덜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공중에 매달린 지뢰같은 거미줄은

내가 파괴하며 전진했으니

그 짜증스러움은 느끼지 못 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희생으로

번잡스러움이나 짜증스러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숲에서 얻은 또 하나의 교훈이었다.

 

그러나 교훈도 좋지만 교훈의 과다함과 빈번함은 고통을 동반한다.

 

얼마간 숲길을 걷다 보니

우리가 어릴 때 쓰던 신작로를 만나게 되었다.

포장이 되지 않은 상태로 돌과 바위가 울퉁불퉁 수를 놓은 것 같이

산 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는데

그 길의 반대편에는 우리가 주차장으로 내려가며 만났던 불교 사원이 있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산 위 쪽에

무슨 건물이나 시설물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길이 나 있을 까닭이 없는 것이니 말이다.

 

결국 나의 예상은 적중했고

그 사실을 확인했을 때

과녁의 정 중앙의  꿰뚫은 화살의 궤적을 확인한 궁수처럼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산행이라고 하기엔 너무 심심한 길이 이어졌다.

 

양 쪽으로 사람들이 다니고

그 사이에 차 한대는 너끈히 지나다닐 수 있는 폭으로 길이 나 있었는데

길 옆엔 풀꽃들이 손을 흔들며 우리를 반기는 것 같았다.

귀에 익지 않은 산새들이 각기 다른 목소리로

산 속의 아침을 채우고 있었다.

 

그런 길을 가는데 아내가 뜬금없이 말을 건넸다.

 

"만일 지금 곰이 나타나면 어떻게 할 꺼야?"

 

---------

 

전에 곰이 나타났을 때 대처 방법을 들었는데

다 까먹고 있었던 상태라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겨우 생각한 말이 "스마트 폰으로 검색해 볼까?" 였다.

 

그 때까지 우리가 가는 길에서

아무도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러니 아무 생각 없이 아내가 곰에 대한 말을 꺼냈다 해도

조금 긴장이 되었다.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곰에게 가까이 갈 테니 그 때 사진 찍어줘!!"

 

"헐!"

 

사실 전 날 저녁에 Woodstock 읍내를 산책할 때

사슴이 나타났다.

그 때 아내는 똑 같이 내게 주문을 했다.

 

"내가 사슴한테 가까이 가면 그 때 사진 찍어줘."

 

결국 그 미션은 성공을 했고

이 사진은  페이스북과 인스타 그램을 통해서

즉시 전 세계로 공개가 되었다.

 

만약 곰이 나타나서 사진을 찍게 되면

일종의 특종을 하게 되는 셈인데

그런 행운(?)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 부부도 참 대책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꽃들과 눈 맞추며 새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걷다 보니

어느덧 큰(?) 길이 끝나는 곳에 이르렀는데

그 산 중에 뼈대만 남은 건물이 한 채 서 있었다.

1800 년대에 세워진 호텔 건물이라고 하는데

아주 으시시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밤에 공포체험을 하기에는 아주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마치 철원의 노동당사 같은 기분이 들었다.

건물 안 쪽에는 자작나무 몇 그루가 자라고 있었는데

아주 오랜 시간 건물은 그렇게 비어가고 기울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 때는 허드슨 강 개발로

조금은 흥정일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옛 성터처럼 바람만 서성이는 곳이 되고 말았다.

 

건물을 지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산 정상에 하얀 철탑이 서 있었다.

이름하여 'Fire Tower'.

아마 산불을 감시하는 곳인 모양이었다.

한꺼번에 여섯 명 이상은 오르지 말라는 경고문이 

사다리가 시작하는 곳에 붙어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오르기 시작했다.

바람이 세게 불어서 몸의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철탑은 여섯 층인가로 되어 있는데

3 층까지 오르니 주변의 산을 모두 내 눈을 깔고 볼 수 있었다.

이름하여 'Overlook Mountain'이라는 말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확 트인 풍경 때문에 눈도 눈이지만

그 곳을 스쳐가는 바람 때문에 온 몸이 서늘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곳의 바람은 몸 뿐 아니라

영혼까지 서늘하게 해 주는 선계의 바람이었다.

 

바람을 맞는 일은

영혼을 정화하는 일과 동의어였다,

그 철탑 위에서 맞는 바람은-----

 

철탑에서 조금 더 가면 낭떠러지였다.

멀리 허드슨 강이 떠 오른 햇살 때문에

소금을 뿌려 놓은 것처럼 뿌옇게 빛나며 흐르고 있었다.

 

철탑 주변으로 여러 갈래의 오솔길이 나 있는데

오솔길이 시작되는 곳에는

여지없이 '방울뱀 조심'이라는 경고문이

천연색 사진과 함께 붙어 있었다.

 

결국 그 길은 가 보지 못 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리고 우리는 철탑 아래 쪽에 있는 바위에서

석이버섯을 발견했다.

바위에 검버섯처럼 붙어 있는 석이버섯을 

아내는 한 주먹 정도만 땄다.

 

그 귀한 석이버섯을 탐욕스럽게 따지 않고

이 곳을 다녀 왔다는

증거물, 혹은 기념물 삼아 아주 조금만 딴 것이다.

 

아내는 석이버섯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나도 석이버섯이 귀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높은 곳의 바위에 기생해서 자라기 때문에

양이 많지 않고 

따기가 힘이 드니

자연 값이 비싸다고 한다.

 

거기까지는 나도 알고 있으며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이어지는 아내의 말에 나는 무릎을 쳤다.

 

석이버섯의 그 가치 때문에

가격이 비싸기는 해도  

터무니 없는 가격이 형성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석이버섯 채취가 바위를 타는 위험한 일이기에

가격이 높이 형성되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담보로 이 일에 매달릴 것을 염려하는 

마음들이 일치를 보아 

그러하다는 것이 아내의 설명이었다.

 

석이버섯은 산에 오른 나에게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할지를 넌지시 일러 주었다.

 

영혼의 씻김을 경험하게 해 준 Overlook Mountain의 바람과 함께

석이버섯은 산을 오를 때의 나와

내려갈 때의 나를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은 것 같았다.

 

누가 지자요수 인자요산 (知者樂水 仁者樂山)이라고 했던가?

Overlook Mountain을 다녀온 나는 

조금 더 산을 좋아하게 되었고,

아주 조금 더 인자해진 것 같은데

아직까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https://blog.daum.net/hakseonkim1561/2205#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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