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땡땡이 - Williamsburg를 어슬렁거리다
1 월 한 달은 그런대로 잘 버텼는데
2 월 들어서며 세탁소 경기가 물 밑으로 푹 가라앉는 것 같다.
사람이 여유가 생기면
그 사이로 온갖 번뇌 망상이 비집고 들어 온다.
자칫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기 쉬우며
종업원들의 작은 실수에도 쉽게 혈압이 오르곤 한다.
그런 까닭으로 1, 2 월에
우리 부부가 여행을 다니는데
올 해는 아내가 섬진강의 매화를 보고 싶다고 하여
한국 방문을 3 월 초로 미루어 놓았다.
그래서 요즈음은 원치 않는 한가로움의 고통을 겪고 있다.
지난 주에 이어서
어제까지도 한가로움을 넘어 지루한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이럴 때 우리 세탁소의 정규직 직원 둘은
한가로움을 즐기는(?) 수혜자들로 구분되고
비 정규직 직원 둘과 나는 한가로운 고통(?)을 겪어내야 하는
피해자로 나뉘어 지게 된다.
비 정규직 직원 둘은 우리 세탁소 일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워 다른 일도 겸하며
세상의 파도를 힘겹게 헤쳐나가며 살고 있는 중이다.
우리 세탁소의 보릿고개인 1.2 월을 잘 넘기기 위해
10 여 년전부터 사정이 좋을 때마다
세탁소 어카운트에 여유 분 비축을 해서
요즈음 같이 곤궁할 때 곶감 빼 먹듯이 빼 먹으며 견디고 있으니
나야 큰 문제가 없지만
비 정규직 직원은 정말 사정이 딱하다.
그래서 어제는 정규직 직원 하나를
내 자리에 세우고 세탁소를 빠져 나왔다.
덕분에 비정규직 직원은 자기 시간을 채울 수가 있었다.
나는 세탁소를 나와 지상에 있는 지하철을 타고( 지상에 있어도 Subway 다.)
윌리암스 다리 바로 전 Marcy 역에서 내려
강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 지역을 사람들은 Williamsburg라고 부른다.
영상의 기온이었지만 강을 스친 바람에 뺨이 시렸고
카메라를 든 손이 얼얼하게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렇게 두어 시간 동안 나의 오딧세이는 계속 되었다.
걷는 동안 나의 번뇌는 사라졌다.
슬슬 시장기가 돌 때 쯤
널려 있는 식당 중 인디안 식당에서
런치 스페셜 메뉴 중 하나인 커리 치킨을 주문해서 먹었다.
가격도 싼데 깔끔하고 맛도 좋았다.
좀더 Williamsburg를 어슬렁거리다가
다시 온 길을 되 돌아 세탁소로 돌아왔다.
내가 세탁소를 비운 시간 동안
누군가는 생계에 필요한 금전을 얻었고
누군가는 삶에 필요한 여유를 얻었다.
이런 삶의 여유를 부릴 시간이 너무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런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다시 짧은 여행을 떠날 것이다.
레몬이 주어진다면
시다고 버리지 않고 레몬 에이드를 만들어 마시는 지혜를 갖고 싶다.
그런데 오늘은 어디로 가나?
전철에서 내려 조금 걷다 발견한 광고
가로등에 붙어 있었다.
사회학자 에리히 프롬의 책이 생각나는 그림.
Having Mode와 Being Mode
그림을 그린 사람은 Having Mode에 집착하는 것 같고
자기의 삶과 하는 일에 프라이드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벽화도 보고----
Williams 다리 밑을 지나서
멀리 맨하탄 브리지와 그리고 더 멀리 자유의 여신상.
World Trading Center도 보인다.
우리 둘째 사위 직장이 그 빌딩 꼭대기 어디라고 하던데---
멀리 있는 건물이지만
사위가 있는 곳이라고 해서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리적, 지리적 거리
그리고 심리적 거리
그 사이
이 강은 East River라고 불린다.
강 건너 맨하탄의 빌딩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도 보인다.
숱하게 많은 사람들과 차량들로 붐빌텐데도
강 건너에서 보는 맨하탄은 그저 한가로울 뿐이다.
실제와 강 건너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다르듯,
보는 위치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세상은, 사람은 다르게 보인다.
예전에는 무엇이었을까?
굴뚝 같기도 하고
드럼 통 몇 개를 수직으로 이은 것 같은 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비석처럼 과거의 흔적과 기억이 남아 있다.
오른 쪽 건물은 예전에 Domino Sugar 공장이었다.
강심이 깊어서 큰 배가 설탕 원료를 싣고 와서
이 곳에 내리고 강 옆의 공장에서는 설탕을 만들었다.
그런데 공장 문은 닫히고
이 곳에 높은 아파트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주변은 설탕 공장 이름을 딴 'Domino Park'가 들어설 예정이다.
아파트와 공원을 묶어 'Domino Park'라고 뭉뚱거려 부르는 것 같다.
달콤함이 묻어나는 곳이 되기를----
이해 불가의 조형물을 세워 놓으니
황무지 같던 곳이 제법 근사한 공원 티가 나는 것 같다.
건물 신축 공사장
공원 놀이터.
녹색 인조 잔디 위의 발자국.
어제 눈이 내렸지 참.
누군가 빨간 모자를 쓴 남자.
오랫 동안 그 자리에서 하염 없이 강물을 바라보았다.
강물과 작별 인사를 건네고
마을도 들어 왔다.
찻집이었을 것이다.
창문에 한가로운 구름이 걸려 있었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
문도 자물쇠로 잠겨 있는 곳.
고양이 한 마리가
그 곳에서 눈치 보지 않고 나왔다.
자유롭다는 면에서
나보다 나은 존재라는 생각을 했다.
벽화.
뭍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작은 섬 같은 곳이 있는데
그곳을 새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길을 막아서 갈 수 없었다.
옆 길을 이용하라고 했지만
옆 길도 막혀 있었다.
그 섬에 가고 싶었다.
어느 집 벽에 그려진 그림.
한 손에는 하트 모양의 풍선,
한 손엔 돈자루.
오늘(Valentine's Day) 내가 아내에게 주는 선물이다.
벽화 작업 중인 사람.
무슨 느낌일까?
휜 색으로 먼저 있던 그림을 덮고
새 그림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멋진 사진이 될 것 같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서
그냥 자리를 떴다.
여기도 공사 중.
노란 철망,
그 안의 트랙터도 노란 색.
우중충한 공사장이 환해지는 느낌.
누군가 버린 깨진 거울,
그 안에 나를 담았다.
'Quiet Storm'
과연 이 명제를 논리적으로 옳다고 할 수 있을까?
그래도 글씨가 흔들리는 것처럼
나름 논리를 펴고 있는 간판.
Fool's Gold.
음반을 녹음하고 만드는 곳.
나는 Fool이어도 좋으니
Gold를 갖고 싶다는 속물적인 생각을 했다.
인디언 식당에서 커리 치킨을 주문해서 먹었다.
가격도 싸고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식사가 끝나자 계산서와 함께
작은 씨앗 같은 것을 한 종지 가져다 주었다.
물론 무어냐고 물어 보았다.
입가심하는 용도라고 했다.
여러 가지 향이 나는 씨앗들이었다.
마을 쪽에서 본 Domino 공장 건물.
도미노 게임을 형상화 그림의 함판.
창문을 닦는다.
창문 속에 다리의 모습이 비친다.
잠시 다리를 청소하고 있다는 착각을 했다.
조금 추웠지만
혼자서 여유로운 자유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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