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land Park 걷기-Love of My Life
지난 주일 2 박 3 일 동안 Home Alone.
큰 딸 아이가 자기 생일 을 맞아
남편과 뭔가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손주들을 봐 달라는 부탁을 받고
아내는 금요일 오전에 딸네 집으로 떠났다.
금요일과 토요일은 일 끝내고 집에 돌아와
설렁설렁 시간을 보냈다.
토요일 오후부터 내린다는 폭설은
높은 기온 때문에 겨울비로 바뀌어 밤 새 내리더니
일요일 아침 눈을 뜨고 보니 그 기세가 많이 잦아들었다.
커피 두 잔을 내려 보온 병에 담아서 마시며
LP판을 턴 테이블에 올렸다.
'Queen'의 노래 중 'Love of My Life'를 듣는데
괜시리 눈물이 났다.
Freddie Mercury의 목소리에 맑은 슬픔이 배어 있었다.
나는 나의 살을 사랑한 적이 있는가?
나는 나의 삶을 사랑하며 살고 있는가?
내 삶에서 사랑과 기쁨을 앗아간 것은
바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삐 비우는 한 그릇의 밥보다
천천히 씹으며 음미하며 먹는
한 숟가락의 밥과 같은 삶을 사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에토벤의 바이얼린 콘체르토 한 곡과
피아노 콘체르토 한 곡,
그리고 장엄 미사곡 일부를 들었다.
커피 잔은 비었고
비도 멎었다.
아파트 밖으로 나서니
흐린 하늘과 싸늘한 바람이 나를 맞았다.
천천히 바람 속을 걸어 Highland Park로 향했다.
나를,
내 삶을 사랑하는 일은
혼자 걷는 일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닐까?
시간에 묶이지 않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공원에 도착해서
방향도 없이 배회를 했다.
간 밤에 내린 비로 공원의 낮은 곳은
물에 잠겨 있었고
크고 작은 나무들의 그림자를 반사하고 있었다.
'실상과 허상'
'플라톤의 동굴의 우상'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머리 속을
비처럼,
바람처럼 스쳐 지나갔다.
다 부질없다.
겨울 숲과 만났고,
그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를 들었으며
그 바람은 다시 내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나랑 스친 몇 사람과 눈인사를 주고 받았으며
하늘은 여전히 회색빛이었고
나는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 왔다.
천천히 걸었을 뿐이었는데
나를 바라보는 내가 행복했다.
내 존재가 나로 꽉 찬 느낌.
나를, 내 삶을 사랑하는 일은
혼자 걷는 일인 것을----
내가 음악을 듣기 위헤
턴 테이블에 올려 놓은 LP판.
내 삶의 모습도 저들과 닮아 있다.
의지와 상관 없이 일정한 속도로 그냥 돌아가는 일, 그런 삶
일부러 35mm 수동 렌즈 하나만 챙겼다.
눈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아도
천천히 노출을 조절하고 이리저리 촛점을 맞추며
기계에게 맡기던 행위를 내가 직접 하는 하는 것도
나를 사랑하는 일일 수 있다.
Highland Blvd를 걷는데 버려진 tv 가 눈에 띄었다.
쓰레기 속에 또 하나의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쓰레기보다 더 못한 쓰레기
흑백 tv로 김일의 레슬링 경기를 보며 흥분했던 어린 시절.
그 시절, 그 추억이 버려지고 또 사라지는 것 같아 슬펐다.
아무리 화질 좋은 칼러 tv도 그 시간을,
그 흥분을 재생시킬 수는 업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삶의 행복, 혹은 기쁨의 비밀은
시간 속에 감춰져 있는 것 같다.
픞라타너스에 묻은 시간의 때
공원 가는 길에 수도원이 있다.
까르멜 수도원
세속과 담을 쌓고 기도와 관상에만 전념한다.
그래서인지 이 곳도 모든 문이 다 닫혀 있다.
공원에 들어서니 큰 나무 밑에
밥이며 과일 같은 음식물들이 놓여 있었다.
우리 나라 사람들처럼 나무에도 무슨 정령 같은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이런 비교 문화가 내 관심사였다.
간 밤의 비가 그린 파스텔 화.
웅덩이의 물은 얼었다 녹았다---
빈 주차장엔 아빠와 아들이
무선 자동차 놀이를 하고 있었다.
아빠와 아들이 함께 했던 시간.
Ridgewood 저수지.
지금은 저수지의 기능을 하고 있지 않고
다만 자연 생채 보호 지역으로 남아 있다.
작년에 국가 사적지로 지정되었다.
저수지 옆에 있는 건물.
취수 펌프 같은 시설이 있었던 건물이 아닐까?
취수장 펌프 같은 시설이 있었던 곳 아닐까
공원의 삼면은 공동묘지로 둘러 싸여 있다.
누군가의 죽음과 주검을 기다리고 있는 매장 예정지.
"나도 언젠가는---"에서 생각은 멈추고 만다.
더 멀리, 더 깊게 죽음을 생각한다면
더 잘 살아갈 수 있을 텐데----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일이
바로 내 삶을 사랑하는 일이다.
공원을 돌아나오며
수도원의 높은 벽을 올려다 보았다.
담장 위에는 천사와 함께
유리 조각들이 수도원을 지키고 있었다.
천사는 마귀의 침입을 경계하는 것일 테고,
그렇다면 유리 조각들은?
https://www.youtube.com/watch?v=MEEJOZkmIx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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