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축구를 마치고
조지 워싱톤 다리를 건너서
Fort Tryon 공원에 들렸다.
혼자 걷기 위해서였다.
혼자 걷는 일은 늘 나를 만나게해 주기 때문이다.
아내가 한국에 가고 없는
두 번의 일요일을 혼자서 호젓하게 보내기 위해
토요일에 동네 성당에서 알아 듣지도 못하는
스패니쉬 미사도 마친 뒤라
남은 하루가 아내가 없는 침대처럼 널널하게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주차를 한 곳이 마침 Cloisters 박물관 옆이었다.
내친 김에 박물관 구경을 하기로
즉석 결정을 내렸다.
나는 평소에 박물관이나 화랑과는 담을 쌓고 지냈다.
일단 예술품을 감상하는 눈이 내겐 없고
안내문을 읽으려 해도 눈이 어두워서 일지 못 한다.
거의 예술에는 문맹인데다가 설명조차 읽질 못하니
평소 꺼려하는 것이 박물관이나 화랑 투어다.
고호나 다빈치 그림을 보면서도
고놈의 맹맹한 느낌 때문에
우선 작품을 만든 예술가들에게 미안하고
나만 예술 불감증에 걸린 것 같은
패배감을 반복해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것이
내가 박물관 관람을 꺼려하는 이유다.
파리에 갔을 때도 관람 필수이다 시피한
루부르 박물관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고
살포시 건너 뛰 내가 아닌가.
그 안에 있는 예술품 보다는
건물 구조가 궁금해서였다.
그렇다고 내가 특별히 건축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 아이들 어릴 적에 집 안에서 술래잡기 할 때,
숨으면 잘 찾지 못 할 비밀스런 공간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아주 시답지 않은 이유 때문에
예정에 없는 문화비 지출을 하게 된 것이었다.
미국에 와서
누군가의 초대로 그 사람의 집을 방문했을 때의 경이로움은
내게 집과 건축에 대한 호기심으로 변화되어
그 후로도 쉬임없이 나타나고는 하는데
요즘도 변함이 없다.
내가 처음 방문한 그 집은 Split Level의 작은 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퍽 인상이 깊어서
지금도 그 집의 구조를 외우고 있을 정도다.
차고에서 문을 열고 들어가며
반 층을 오를 때마다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
그리 신기할 수가 없었다.
벌써 30 년 전 이야기다.
그럼 박물관을 향해서 발걸음을 떼기로 하자.
문을 여니 어두운 계단이 가로 막고 있었다.
연극 시작 전 얼마 동안 암전이 있다.
현실에서 연극 세계로 들어가는
일종의 통과 의례인 셈이다.
밝은 세상에서 중세로 시간 여행을 하는데
계단이 넓고 밝아서는 그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조명의 어두침침함은
열 몇 개의 전시실 모두 예외가 없었다.
창문을 통해 들어 오는 햇빛과
감상을 위해 필요한 최소의 인공 조명만 있을 뿐이다.
어두 컴컴, 으시시한 느낌이
내가 박물관을 한 바퀴 돌아 나오며
지니고 온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몇 개의 4 각형 형태의 정원이 전시실 밖에 있는데
그 곳엔 햇살이 들어와
꽃들과 나무들 위에 내려 앉았다.
그러나 정원을 둘러 싸고 있는 건물의 그림자 때문에
완전한 밝음이 부분적으로 제한당하고 있었다.
Cloisters가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으나
중세 수도원의 기둥이 있는 회랑, 그리고 4각형의 정원과
관계가 있으리라고 짐작한다.
그러니 실내 장식이나 건축물에 사용된
기둥이며 장식들도 다 프랑스 중세 수도원 것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자세한 것은 잘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전시된 예술품들도
중세의 카톨릭 교회와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회화와 조각, 태피스트리, 스테인드 글라스, 성물,
작은 경당까지----
내가 관심 있게 본 것은 두 조각 작품이었다.
예수의 갈비뼈가 유난히 강조되어 있는 피에타 상과
오른 손 손가락 넷을 거꾸로 등이 보이게 들고 있는 마리아와
오른 손 검지를 하늘로 향한 예수가 조각되어 있는
예수 마리아의 성모자상이었다.
아들을 잃은 마리아의 큰 슬픔보다
예수의 갈비뼈가 그리 과장되어 있을까?
마리아가 가리키는 네 손가락,
예수가 가리키는 검지 하나는 무엇을 상징할까?
아마도 예술이란 것도 하나의 술래잡기가 아닐까?
예술가는 자기의 작품 속에 숨어서
자기를 찾아 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예술에 관한한 '못 찾겠다 꾀꼬리'라고 외쳐야 할
평생 술래의 운명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Cloisters 박물관은
메트로 폴리탄의 분점이다.
중세 유럽의 조각과 기타 예술품만 따로 모아 전시해 놓은----
Cloisters Museum과 이 뮤지엄이 둥지를 틀고 있는
Fort Tryon 공원 모두 John Rockefeller Jr.가 사서
기증을 했다고 한다.
우리 속담에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말이 있는데
그가 개처럼 돈을 벌었는지 어쨌는지 알 수 없으나
그의 돈 씀씀이는 웬만한 정승은 명함도 못 내밀 것 같다.
난 어떨까?
잘 벌지도
그렇다고 잘 쓰지도 못 하는
돈에관해서도 영원히 술래가 아닐까?
잡히지 않는 걸 잡으려 애쓰는 술래,
예술도 삶도 평생 술래다
"못 찾겠다 꾀꼬리"
입구,
일단 여기 지키는 사람 한 명
저 위에서 또 한 번
보안 검사.
가방을 맡겨야 한다.
내 카메라 가방은 열어서 보고
검사필증을 주었다.
그리고 또 계단을 올라가서
입장권을 산 뒤 입장.
자세히 보면 애꾸 눈?
팔은 다 떨어져 나갔다.
아기 예수의 손은 마리아의 가슴에.
엄마의 가슴은 자식들에겐 생명의 샘이다.
고향이기도 하고.
중세 수도자의 모습이 저랬을 것이다.
이렇게 사각형 정원을 끼고기둥이 있는 회랑을
아마도 Cloister라고 하지 않을까?(추측)
스테인드 글라스 사이로 햇살이 비집고 들어오기도 하고
정원의 풍경이 흐릿하게 보이기도 한다.
문을 열고 나가면 테라스가 있다.
허드슨 강과 강 건너 팰리세이드, 그리고 조지 워싱톤 다리가 보인다.
박물관 입구
박물관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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