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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 겨울인가요

아! 겨울인가요


일요일 새벽,

축구를 하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

온도를 확인했다.


화씨 37도,

섭씨로 영상 3 도가 조금 안 되는 온도다.

 

조지 워싱톤으로 오르는 램프까지는 거의 변화가 없다가

뉴저지에 있는 운동장에 도착하니 

온도계가 화씨 29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섭씨로 영하 2 도 가량 되는 것이다.


아! 겨울인가요


지난 주 일요일 아침에도 서리가 내리기는 했어도

서리의 날이 이처럼 날카롭지는 않았다.

풀잎에 맺힌 서리의 날이

제법 날카로운 것이 이 번 겨울

추위의 매운 맛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경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 내린 폭우 때문에

군데군데 얕은 웅덩이에 혀 있던 물은

그만 이 추위를 견디지 못 하고 

얼어서 마블(Marble)을 만들었다.


몇 해전까지만 해도 

겨울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와도

그런가 하고 별로 마음에 담지 않고 그냥 흘려버렸다.


강원도에서 군대 생활할 적에

온도계가 가리킬 수 있는 한계인

영하 30 도까지 내려가는 걸 목격했다.

등 뒤엔 향로봉이 버티고 있었고

철책 너머 멀리 비로봉이 눈에 선한 곳이었다.

소대 막사 입구 바로 옆에 있던

내 소초장 실엔 벽돌 위에

몇 겹으로 성에꽃이 피어서 지지 않았다.


무지막지한 추위에도 불구하고 

그 때에는 추위와 함께 피어난 성에꽃이

참 아름다웠다.


성에꽃으로 방을 도배했으니

삶이 얼마나 황홀했는지 모른다.


나는 그 안에서 

독수리표 쉐이크 카세트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며 제법 즐겁고 행복하게 지냈다.


그런데 어제 아침에 만난 서리와 얼음은

아름답기보다는

날카롭고 으시시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내 삶의 계절이 

점점 겨울에 가까워워지고 있어서 그런건 아닐런지 모르겠다.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내 삶의 겨울이 닥친다 해도

내 안에 있는 따뜻함만은 얼지 않고 

그 온도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올 겨울엔 따스한 내복 한 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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