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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가을 산책-Brooklyn Botanic Garden

가을 산책-Brooklyn Botanic Garden



아내가 찍어준 사진(Japanese Garden 담장 옆)




기후에 패턴이 있다면

요즈음 정형을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

여름이 벌써 멀리 가버린 줄 알았는데

얼마 전까지 그 꼬리가 남아 있다가

갑자기 가을이 오더니

이내 나뭇잎이 마구 떨어지기 시작한다.


천천히 맛 보고 만져 볼 사이도 없이

그렇게 가을은 우리에게서 등을 보이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도시에 살면서부터는

그런 계절은 변화에 둔감해진다.


그래서 계절 마다 가진 아름다움을 느껴보기 위해

차로 15 분 정도 거리에 있는

Brooklyn Botanic Garden의 회원권도 장만했는데

나는 그 권리 행사도 제대로 못하고 

덜컥 가을을 맞은 것이다.


이번 주 내내 흐리거나 비가 왔는데

수요일은 해가 나서

세탁소 길 건너

작은 공원의 나뭇잎들이 살랑살랑 유혹의 눈길을 보냈다.


유혹을 겨더는 견딜수 없어서

권리 행사도 할 겸,

아내와 BBG(Brooklyn Botanic Garden)로 향했다.

가는 길의 가로수는 거의 갈색으로 변했다

가로수의 나뭇잎이 갈색으로 변했다는 것은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단풍의 시간이 지났다는 걸 의미한다.


봄에 가고 

한 계절을 건너 뛰어 도착한 식물원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공사를 이유로 곳곳의 통행을 막았다.


내가 좋아하는 은행나무 오솔길을 걸을 수도 없었고

BBG의 대표적인 명소인 Japanese Garden도 

문을 닫아 걸었다.


담장의 대나무 창으로 안을 들여다 본 아내 말로는 

연못의 물도 다 퍼냈다고 한다.

(내 팔뚝만한 비단잉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연못 속에는 과장 없이 물 반 고기 반이란 말이

여기서 생겨났다고 해도 좋을 만큼 고기가 북적대곤 했다.


더 이상 물이 없으니

수많은 비단 잉어와 금붕어가 무리를 지어 여유롭게 물 속을 다니다가

가끔씩 물 밖으로 주둥이를 내밀고 

빠끔빠끔 입을 오물거리곤 하는 풍경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나무잎의 색깔도 칙칙할 뿐 아니라

봄과 여름을 지나며

예쁜 색깔의 꽃들도 거의 사라졌다.

장미 정원의 장미가 몇 송이 피어 있긴 했으나

화려하고 고혹적이라기 보다는

애처로왔다.

월동준비를 하는 인부 두 사람의 손길이 바빴을 뿐이다.


물이 마르고

그래서 줄기에 다려 있을 힘을 잃고 

지상으로 떨어지는(Fall) 계절 속으로 

우리는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돌아 나왔다.

긴 그림자를 꼬리처럼 남겨둔 채.



오후 세 시 쯤이었을 것이다.

해가 이미 많이 기울었다.

나무 그림자가 길다.

나도 등 뒤에 남겨진 그림자가 점점 길어지는

그런 시간 속을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Rose Garden의 꽃들도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은행잎이 노랗게 익었으니

바닥엔 은행이 널려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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