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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가을 나들이

가을 나들이


11 월 4 일.


11 월의 첫 일요일은 특별하다.

첫 번 째로 Summer Time이라고 하는 Daylight Saving Time이

해제되고 정상 시간대로 되돌아 온다.

일요일 아침엔 잃어버렸던 1 시간을 되찾아

침대에서 여유를 부릴 수 있다.

그 동안 한국과 13 시간이었던 차이가 1 시간 늘어 14 시간이 된다.


또 하나는 뉴욕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마라톤 구간의 어느 곳에서인가

마라토너들의 응원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거의 10 년이 다 되어간다.


인위적인 시간의 변화는

내 몸의 생체 시간에 당장은 아무런 변화를 미치지는 못 할 것이다.

당분간은 내 몸이 

내 머리처럼

변화할 의지 없이 그대로 수구꼴통의 구습을 되풀이할 것이다.


2 주 전 Big Meadow에 다녀 온 후로

몸의 상태가 별로 좋지 못했다.

감기 기운이 가시지 않은 데다가

피로가 겹겹이 쌓였기 때문이었다.


저녁 식사 후 동네 공원 둘레를 다섯 바퀴 도는 걸로

겨우 겨우 하루의 운동량 거의를 할애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주 수요일이던가,

공원 주위를 산책 하는 동안

어둠이 자욱한 가운

가로등 불빛이 반사된 공원 주변의 나무에

노란 물이 들어 있는 걸 발견했다.


아! 가을인가요!


멈칫거리던 가을이 갑자기 들이닥친 것이었다.

살던 집을 비우

부르클린에 살면서부터는

계절의 변화가 늘 둔하게 느껴졌다.

몸에 늘 붙어다니던 피로가 사라졌지만

자연으로부터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누리던 온갖 정서적인 풍요로움도 함께 상실했다.


마음이 급해졌다.

올 가을과 제대로 손을 흔들며 이별을 해야 할 필요가 절실했다.


일요일 아침 축구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가을을 맛보기로 했다.


축구장에는 아마도 올 해의 첫서리가 내렸다.

부분부분 잔디는 하얀 서리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당연히 날씨는 쌀쌀했지만 바람은 불지 않았다.


완벽한 가을날씨였다.


축구를 마치고

아내와 Ramapo River주변을 드라이브 했는데

Ramapo River Reserve에 가려 했으나

주차장은 이미 더 이상 차를 세울 곳이 없었다.


하늘은 눈이 시리게 맑았고

나뭇잎으로부터 붉고 노란 빛의 햇살이 튕겨져 나왔다.

사방에서 빛의 잔치가 한창이었다.

지난 주 토요일까지 

며칠 동안 내리 비가 내리고 날씨가 흐렸기 때문에

더더욱 단풍 선명하고 아찔하게 아름다웠다.


황홀한 이별이란 말이 과연 맞을까 하는 의심이 들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나는 굳이 올 해의 가을과 황홀한 이별을 했다고

우기고 싶다.


그리고 가을과의 그 황홀한 이별 뒤

오늘은 아침부터 흐리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오늘 내리는 비는 수요일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귓볼에 찬 바람이 불 것이다.


가을과 이별했음에도

아쉽지 않은 것은

겨우겨우 아버지의 임종을 지켰을 때처럼

가을과 황홀한 이별을 나누었기 때문은 아닐까?


우산을 쓴 행인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운동장의 잔디,토끼풀 위

어디선가 날아와 떨어진 낙엽 위에도

서리가 내렸다.




개울 물 위에는

간 밤의 온도 차 때문에

수줍게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철 늦은 민들레 꽃씨 위에도

서리가 내렸다.







푸른 하늘,

흰 비행기 구름,


나도 저리 푸를까?


몸을 푸는 동료들의 몸짓이 무척 게을러 졌다.






처남 집에 열린 감 하나.

감감 무소식이어서

감이 딱 하나만 열렸는지,

아니면 다 먹고 입을 씼었는지

알 길이 없다.

작년에 탐스런 감을 몇 개 얻어 먹었는데---

(자발적으로 내어 놓은 것은 아니고

장인장모께 온 것을

당신들 몸에 감이 좋지 않다고 해서

마지 못해 우리 손에 넘겨지긴 했다.)









Ramapo 강 주변.

비가 와서 강이 범람했다.


우체통은 소식이 끊긴 채

오랜 세월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


가을은 깊어가는데----












좁은 길로 들어간 작은 공원에서

미리 사 간 김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Ramapo River로 가는 길에 들린 우리집

앞마당의 화살나무,

일본 단풍나무에도 물이 들었다.


뒷 마당의 화살나무에도

붉은 물이 들었다.


 



머리에 단풍잎을 단 여인,

머리에 꽃은 아니고---


돌아오는 길에 손주들 보려고 잠시 들렸다.

단풍보다 더 예쁜 녀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