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라는 말이 있다.
10 년이라는 세월은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바뀔 수도 있는 시간이라는 말이다.
그 말이 적어도 내 머리에는 정확하게 적용되는 것 같다.
올 12 월 말이면 내 여권의 유효기간이 만료된다.
그래서 어제 여권갱신을 위해 사진을 찍었다.
10 년 전에 만든 여권의 사진 속의 나는
검은 머리의 청년(?)이었는데
어제 찍은 사진 속의 나는
검은 머리는 거의 보이지 않는
영락 없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미국 입국장에는
여권과 현재의 내 모습으로 본인을 확인하는
전자식 장치가 있는데,
거기서 통과되면 입국 심사원 앞에서
까다로운 심문(?)을 받지 않아도 되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그 장치가 생긴 뒤에
번번이 거기서 나오는 것은 X 표 였다.
그러므로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늘 깐깐하고 까다로운 입국 심사원 앞에 서야 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했는데
그것이 혹 희게 변해버린 현재의 내 머리색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 년 동안 대충 해외 여행을 한 경력이
여권 속에 남아 있는데
미국 국내 여행을 빼더라도
거의 매 년 한국에 다녀 왔고
이탈리아, 프랑스, 노르웨이, 스페인, 포루투갈 등등의
나라에 다녀온 기록이 있으니
10 년 동안 여행한 거리는 짐작하기가 어렵다.
새로운 여권 발급을 기다리며
지난 10 년 못지 않게
앞으로의 10 년도 왕성하게(?) 여권 속의 입국사증란을
빼곡히 채우고 싶다.
그것은 내 건강이 허락해야 가능한 일이다.
내가 흰 머리 소년(?)이 되고 싶어하는 이유이다.
머리는 희어도 몸과 마음만은 아이처럼 튼튼하면 좋겠다.
더불어 여권의 사진과
현재의 내 모습 공히 흰머리 소년(?)으로 일치하니
새 여권을 받은 후에는
입국 심사 때 심문(?) 없이
신속히 심사대를 통과할 수 있는 특권도 누리고 싶다.
검은 머리 청년의 나는
이 여권으로 10 년 동안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녔다.
새로운 여권을 위해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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