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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

Broadway 동네 산책 1 - 가는 길

Broadway 동네 산책 1 - 가는 길


지난 수요일,

기온이 화씨로 93도를 넘었다.

세탁소는 커다란 찜통이었고

프레스 머신은 

스팀 파이프의 열기에

그 뜨거움을 더해서 스팀을 토해내었다.


옷을 포장해서 걸어 놓은 플라스틱에

몸이 닿을 때 느껴지는 그 불쾌감은 더위 때문에 받는 고통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런 날은 세탁소 안에 있으나

밖에 있으나 덥고 짜증나는 건 매일반이다.


더위로부터 더위로의 탈출.


Broadway 탐험길을 나서기로 했다.

새로 산 카메라와 동행을 한다하니

더위 때문에 받아야 할 고통의 반은 날아가 버린 것 같았다.


내가 지금 세탁소를 하고 있는

Brooklyn의 Broadway와 인연을 맺은 것은

미국에 이민 온 1984 년부터이다.


같은 블록에 있는 야채 가게에서 6 년,

그리고 1990년부터 지금까지 이 세탁소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Broadway와 인연을 맺은 것이 만으로 34 년이다.


34 년 동안 Broadway와 인연을 맺고 살아왔다고는 하나

내가 시간을 보낸 것은 가게 안이라는

아주 단절된 공간이 거의 다 였다.


차를 타고 Broadway 거리를 지나 다니긴 했어도

다리 품을 팔면서 Broadway를 천천히,

그리고 가장 멀리 걸은 것은 이 번이 처음이다.


Broadway  길 위로는 전철이 지나다니는데

허드슨 강을 건너 맨하탄으로 접어들며

지하로 연결이 된다.

땅 밑으로 다니건

공중에 있는 레일 위로 다니건 'Subway'로 통용이된다.

Broadway를 걷는다는 건,

전철의 소음과,

전철이 다니는 선로의 그림자와 벗한다는 말과도 같다.


더위 때문에 썩 내키지 않았어도

세탁소를 나와 

발걸음을 하나씩 떼기 시작했다.




전철 길이 만든 그림자.




세탁소 다음 블록에 작년에 새로 문을 연 Domino Pizza

작년 폭설이 왔을 때 딱 한 번 사 먹었다.


나는 '맛 있는 피자'라는 말을 원칙적으로 믿지 않는다.




아니 땐 굴뚝에는

연기가 나지 않고 

대신 나무가 자란다.


1977 년, 뉴욕에서 blackout이라고 하는 정전이 발생했다.

길 옆으로 상업이 번성을 했는데

정전을 틈 탄 방화와 약탈이 행해졌다.


그런 연유로 Broadway에는 빈 건물도 많고,

아예 풀만 무성한 공터도 적지 않다.


흙이 굴뚝을 막고

어디선가 나무의 씨앗이 날아 와 싹을 틔우고

희망처럼 자라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역이 뉴욕 시에서 부동산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이라고 한다.




부실공사 탓일 것이다.

사람들이 착해서인지

아니면 무지해서인지

무심하게 다닌다.


시에서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울지 않는 아이에게 굳이 떡을 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철장,

그리고 벽.





날이 더우니 동네 사람 누군가가

소화전을 열어 놓았다.


더운 여름 날 세탁기가

수압이 낮아서 갑자기 서 버린 기억이 있다.


누군가의 시원함이

누군가에게는 열불이 되는 것을---





중고 옷과 신발을 파는 가게.




문 유리창에 붙어 있는 주소의 그림자.




공터에 새로 지은 주거용 아파트.


월세가 생각보다 훨씬 비싸다.

전에는 Broadway에 3 층 건물이 제일 높았다.

새로 짓는 건물은 5-6 층은 되는 것 같다.






 닫은 식당 "Reggae'

옆 면에 그려진 벽화.


누굴까? 


레게 뮤지션일 것 같은데----



수퍼 마켓 창문에 반사된 풍경




여기도 소화전을 열어 놓았다.

지나가던 차가

다시 빠꾸해서 물을 맞고 간다.


세차를 위해서일까?

아니면 차에 떨어지는 물소리로

상상으로 시원함을 느끼기 위해서일까?



공터에 나무로 담을 쌓았다.

뉴욕의 빌딩 모양으로 높낮이가 다른 나무들.

같은 높이가 아니라

높이에 변화를 줌으로써 예술이 된다.


더워도 기분이 좋다.




작년인가 새로 지은 건물.

공터에 둘러 친 함석 담.


머지 않아 빈 터는 채워질 것이다.




버스 유리창에 반사 된 건물의 벽.



학교 운동장

농구 골대가 물에 잠겼다.




가게 문은 내려져 있어도

무슨 가게인지 짐작이 간다.



어느 선술집 담벼락의 그림.

앞에 있는 빈 의자.




시원하겠다!!!

우리 나이 대 사람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추억의 앨범 속 사진 한 장의 기억.




누군가는 Brooklyn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늘 떠나기만을 꿈꾸는

못 난 고향 같은 곳이었는데----



어느 꽃 가게.


꽃가게는 뭔가 밝고 명랑한 기분이 들어야 할 것 같은데----


안을 들여다 보니

무슨 조직의 아지타 같은 이미지.




연인이 창을 열고

밖을 내다 보기를 기다리는 여인.


꼭 남자가 창 밖에서 여인을 기다릴 필요는 없지 않는가?




빨간 차 hood에 비친 하늘 풍경






선술집.

어두운 조명.





골목 풍경



아이들 Daycare Center의 입구였던가?

전철 레일 사이로 떨어진 햇살이

빨간 대문에 내려 앉았다.



어디까지 그림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길 위의 죽음.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차와 충돌해서 비명 횡사했을 것이다.

사진 속 망자의 얼굴이 괜히 친숙하게 느껴진다.


살아 있다면

오늘 같이 더운 날에도 자전거를 타고 다녔을까?


"조금 참으면 곧 해가 질 걸세."




가게 혹은 건물 주인은 분명 멕시코 출신일 것이다.

여자 아이가 입은 옷이

멕시코 국기를 연상하게 한다.




낮에도 훤히 불을 밝히고 있는 가게


여기서 발길을 다시 돌렸다.

덥고 목이 말랐다.

이 곳부터 윌리암스버그 다리까지는

다음 여정을 위해 남겨 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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