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첫 눈이 내렸다.
토요일 아침 9 시 반 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점심을 지나 밤이 되면서 더욱 풍성하게 내렸다.
참으로 풍성한 첫 눈이었다.
눈, 특별히 첫 눈이 주는
낭만적인 감상은 이민 생활을 시작하면서 잊었다.
가게의 눈은 물론, 집 드라이브 웨이에 쌓인 눈을 치우는 일이
보통 고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눈이 오면
집까지 출퇴근 하는 일이
보통 고된 게 아니다.
그러니 눈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쓴 잔이 된 것은
오로지 이민의 삶이 내게서 앗아간
낭만 중 하나이다.
그러지 않아도 한가한 세탁소가
눈이 내리기 시작하니 사람들의 발길이 더 뜸해졌다.
무심히 눈 내리는 길을 내다 보다퇴근 시간이 되어
뉴저지 집으로 향했다.
아내와 장모님과 함께였다.
장모님은 창 밖에 펼쳐지는 하얀 설경에 완전히 빠지셨다.
꽤 오래 전에 아리조나로 옮겨 사신 이후로
처음으로 눈을 보신단다.
어머님은 신장 때문에 고생을 하고 계신데
눈을 보니 아픈 몸이 다 나으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실제로 불편한 몸이 완치되지는 않았을 것이나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순화되면
결국 몸의 상태도 그만큼 좋아질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이 주는 치유의 능력을 나는 믿는다.
눈이 와도 그저 실생활에 끼치는 불편함 때문에
데면데면하던 나도
어머님의 말씀에 비로소 마음 속에
하얀 눈이 사박사박 내리기 시작했다.
어둠이 내려도 환한 밤이었다.
토요 특전 미사를 마치고 나왔는데
사락사라 내리던 눈이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크리스 마스 장식을 예쁘게 한 집 앞에서 눈을 맞으며 구경을 했다.
클로스터 학교 앞에서
우리 앞 집 럿셀네 마당에 사슴 두 마리.
우리집으로 건너간다.
우리집 설경.
우리집 마지막 설경이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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