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창 턱에 핀 꽃 - 아내의 창
뉴저지 집에는 텃밭이 있다.
날이 풀리면 텃밭은 아내의 일터가 되고 쉼터가 되었다.
상추 깻잎, 쓕갓과 케일과 샐러드 용 채소가
하루가 다f르게 무럭무럭 자라고
밥상은 그만큼 풍성했다.
그런에 부르클린의 좁은 아파트로 거주지를 옮긴 뒤부터
아내의 삶은 좁은 공간 만큼 답답해졌고,
마음은 좁은 공간에 반비례 해서 허허로워진 것 같다.
어느 날,
아내는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창 턱에 다육이 화분 몇과
이어서 꽃과 채소를 심은 화분을 내어 놓았다.
아내가 아침에 눈을 뜨고
처음 하는 것은 이 식물과 꽃들에게 눈 맞추는 일이다.
'아이'들에게 말을 걸고 쓰다듬으며 눈길을 주다 보면
한 두 시간이 지난다.
아내가 Arizona로 떠나며
내게 당부한 일 중에 화분에 물 주는 일이 있다.
일이 끝나고 집에 들어와 제일 먼저
화분에 물을 준다..
그냥 의무감으로 물을 주었는데
이틀이 지나며
키 작은 식물들에게 내 눈길이 간다.
하루 동안 얼마나 키가 컸는지,
꽃들이 생기 있게 방글방글 웃고 있는지,
더위에 누렇게 뜬 이파리는 없는지
내 눈길과 함께 마음도 간다.
콩 나무도 있고 이름 모르는 꽃들,
라벤더나 베이즐, 로즈마리 같은 허브도 있다.
심지어 Bitter Melon(한국말로 여주)도 아내가 매어 놓은 끈을 따라
하늘로 키를 키우고 있다.
달랑 두 개 열린 딸기가 얼마나 컸는지를 바라보는 것도 참 흐뭇하다.
누군가가 그랬다고 한다.
"행복은 베란다에 핀 꽃"이라고.
아내는 창 턱에 꽃과 식물을 키우며
물을 주고 눈길을 주며
행복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 다 떠나고 난 자리에
작은 식물과 꽃들이 자라고 있다.
살림은 무엇인가를 키우고 생명을 주는 일이다.
생명을 준다는 것은
사랑의 손으로 보듬어 주고
배려의 눈길로 지켜 봐 주는 일이다.
그런 살림의 행위는 아이들에게나,
키우는 이에게나
다 행복을 가져다 준다.
우리 아파트의 창은
아내의 텻밭이고
살림을 하는 장소다.
살림을 통해 행복이 피어나는 아파트 창 가.
어제 저녁,
집에 돌아와 아이들에게 물을 주기 위해
창문을 열었다.
아이들(?)의 명랑한 함성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베이즐, 로즈마리, 라벤더의 향기가
마침 바람에 실려 안으로 밀려 들어 왔다.
아, 행복은 그저 창문에 꽃을 심고 키우는 일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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