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 일이다.
8월 15 일, 광복절 아침이면 늘 아버지가 떠오른다.
정확하게 말하면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아버지는 7 월 중순을 넘기고
8월 가까이 날짜가 기우는데
여즉 더위가 맹위를 떨칠 때면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무리 낮에 더워도
8 월 15 일이 되면
조석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분다."라고.
그래서 8 월 15 일이 지나면 바닷물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씀을 말미에 덧대셨다.
아버지의 그 말씀은
더위를 견디는 맷집이 유난히 부족한 내게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었다.
보병학교에서 유격을 받을 때도,
팔자에 불과의 인연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민 와서 세탁소 안의 찜통더위를 견디며
30 년을 버틴 것도 따지고 보면 아버지의 그 말씀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말씀의 효력이
40 년이 흐른 지금에도 별반 어긋남 없이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아버지의 그 말씀은 진정 복음이고
더위에 흐느적거리는 내게 희망을 갖게 해 주었는데
최근 들어 몇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기상 이변이 생겨
여름 내내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 한 더위 때문에
사감들이 고생을 하고 있다.
따라서 아버지의 말씀의 유효 기간이 끝나가고 있는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일어나
아파트 창문을 열어 보니 시원하고
명랑한 바람이 방 안으로 도랑물처럼 흘러들어왔다.
갑자기 가을이 온 것 같은 착각을 할 정도였다.
한 동안 진득진득하게 몸과 마음에 묻어 있던
습기가 알코울처럼 확 날아가 버린 것 같이 상쾌했다.
아버지의 말씀이 올 해도 거르지 않고
어김없이 들어맞았다는 사실이
얼마나 위안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아버지의 말씀이 얼마나 더 유효할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이기심 때문에
자연이 마구 망가지고 질서를 잃어가는 데
가속도가 붙어서 되돌리기가 힘이 들어졌다.
아버지의 그 말씀을 이어받아
나도 아이들에게 "8 월 15 일이 지나면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고 말을 하지만 그 말에 풀기가 많이 빠졌다.
앞으로 50 년이 지나서
나의 아이들이 손주들에게
할아버지(나)가 했던 말을 들려주며
나의 아버지가 했던 말이 그때까지 여전히 유효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말씀에 풀기를 더하기 위해
내가 자연을 사랑하고 아낄 수 있는 일이 무엇이지
곰곰 생각 중이다.
광복이라 함은 위로와 희망을 되찾는 일이다.
우리들의 노력으로
더위에서 위로와 희망을 찾는 일이 가능했으면 좋겠다.
광복절 아침에
아버지의 말씀을 기억하며
모든 사람들이 더위에서의 해방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https://blog.daum.net/hakseonkim1561/2056#none
날씨가 선선해서
세탁소 문 열기 전에 동네 Saratoga 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우리 집 창 틀에 여주가 노랗게 익었다.
일교차 때문에
잔디에 이슬이 맺혔다.
햇살이 선명하다.
간 밤에 떨어진 나뭇잎 둘.
어제 오후 쏟아진 폭우에
꽃잎이 떨어졌다.
어두울 때 보니 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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