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화가
원문
紫布岩乎邊希
執音乎手母牛放敎遣
吾肸不喩慚肸伊賜等
花肸折叱可獻乎理音如
김완진 해독
자줏빛 바위 가에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고은의 '만민보' 중 '수로의 꽃
서라벌에서
동해 바닷가 멀고 먼 길
바람 새로워라
강릉태수 지아비
임지로 가는 길
지아비 먼저 가고
몇달 지나[2]
지아비한테 가는 길
바람 새로워라
가마꾼 가다가 쉬고 가다가 쉬었다
동해 파도에 넋 잃어라
동해 용에 가슴 두근대어라
삼척 해돋이 벼랑
거기 쉴 참
동해 늙은이
아름다운 태수 부인 수로에 망령들어 넋 잃어라
들입다
벼랑 타고 올라가
아슬아슬
그 벼랑 위
철쭉꽃 꺾어
아슬아슬
목숨 걸고 내려와
이 꽃 받으소서
수로부인이시여
수로부인이시여
부인의 아름다움이
세상의 아름다움이외다
감히
이 두메 벼랑 밑
늙은 나무꾼한테도
세상의 아름다움 누려주시니
산 은혜이시어라
바다 은혜이시어라
부디 이 꽃 받으소서
이 마음 받으소서
수로부인 눈 지그시 감은 뒤
그 철쭉꽃 받고
북으로
강으로
강릉 가는 길
가슴 닫으며 가슴 풀어헤치며 뒤돌아다보며 떠났다
그뒤 사나흘간이나
동해 전체의 파도 묵연히 멈췄다
수로부인의 달뜬 몸이시여 만 송이 꽃내음이시여
독립 기념일을 이용해
Watkins Glenn 주립공원에 다녀 왔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
그리고 세월과 물이 만들어 놓은 바위의 굴곡,
벼랑에 핀 꽃과 나무들.
자연의 아름다움에 압도 되었음은 불문가지.
폭포가 있고 거의 직각의 벼랑엔
예쁜 꽃이 피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핀
그 꽃.
신라의 향가 중
'헌화가'가 머리에 떠 올랐다.
자기의 전부, 아니면 자기보다 더 소중한 소를 손에서 놓고
벼랑을 기어 올라
꽃을 꺾어 길 가던 예쁜 여인에게 바치고 싶다고 고백한
노인의 붉은 마음.
목숨을 담보로 한
노인의 마음, 혹은 연정.
우리 존엄도 벼랑에 핀 꼳을 분명히 보았으나
꽃을 꺾어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다.
철이 든 것인지,
아니면 내가 그러지 않을 것을 알고
지레 마음을 접은 것인지---
나의 사랑과 열정이 식은 걸 슬퍼해야 하나,
아니면 이렇게 살아 있음을 기뻐해야 하나?
어쨌든 난 무사히 살아 돌아 왔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은 창 턱에 핀 꽃 - 아내의 창 (0) | 2018.08.01 |
---|---|
넥타이 맬 줄 아세요? (1) (0) | 2018.07.13 |
칵테일 한 잔의 효과? (0) | 2018.07.02 |
미국에서 사는 이야기 - 위로와 축복의 햇살 (0) | 2018.06.30 |
심쿵, 지쿵 (0) | 2018.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