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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미국 여기저기

Watkins Glen의 Seneca 호수 - 저녁


Watkins Glen은 우리가 살고 있는 Brooklyn에서

280 마일, 

차로 운전을 해서 가면 

다섯 시간에서 다섯 시간 반은 족히 가야 하는 거리에 있다.


조금 더 북 쪽으로 올라가면

나이아가라 폭포와 캐나다 국경이 있다.


독립 기념일 전 날,

서둘러 출발한 까닭에

(동서) 숙소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준비해 간 저녁도 먹고

해가 지는 Seneca Harbor를 

천천히 산책할 수 있는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Seneca 호수는 

가늘고 긴 손가락 모양을 한 11 개의 호수를 이르는

'Finger Lake' 중 두 번 째로 크다.


아주 작은 시골 마을이

휴가철이면 분주한 까닭이 있는데

Watkins Glenn 주립 공원과

Seneca 호수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Watkins Glen International'이라고 해서

자동차 경기로 외국에까지 알려져 있다고 한다.

자동차 경기가 열릴 때는

몇 달전부터 미리 미리 숙소를 잡지 않으면 

마을에서 20 마일 이내에서는

방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

나와는 별 관계가 없는

와이너리가 열 몇 군데가 있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 곳의 지형과 기후가

포도 재배에 특별히 좋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함께 여행하는

우리부부와 동서 부부 모두

'비주류' 안주류'이기에 와이너리는 살짝 비켜 갔다.


저녁을 먹고

Seneca 호수를 천천히 걷다 보니

호수에도

마을에도

어둠이 덮이기 시작했다.







동서 부부가 묵었던

Long House Lodge'


언덕 위에 있어서 호수가 내려다 보였다.


주변의 화단에는장미를 비롯해 여러 꽃들이 피어 있었고

공기 중엔 미묘한 꽃 향기가 배어 있었다.


향기로만 치면

이 곳이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국의 향기'


바베큐 그릴이 있는

전망 좋은 곳에서 우리는 저녁을 먹었다.

아마 우리가 꺼내 놓은 반찬 냄새가

꽃 향기를 마구 흔들어 놓았을 것이다.


냄새는 지옥,

맛은 천국인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3- 4 분 거리에 있는 호수로 내려갔다.











빛과 물결이 만든 Marble.






해가 지고 있었다.

낮보다

해싳의 밀도가 진해 지는 시간.


우리의 삶도 그럴 것 같다.

시간의 켜가 꿁고 진해지는 시간에

우리는 가까이 와 있는 것이다.



돛단배로 호수 구경을 하고

돌아오는 사람들.




부두에 서 있는 두 사람.

가만히 서 있는데

물 속의 두 사람은 흔들리고 있다.


두 사람은 정말 가만히 서 있는 것일까?


흔들려도

중심을 잡고 있으면

오랫 동안 함께 할 수 있다.


허상을 보지 말고

마음 속의 진여를 보는 공부.



배를 묶어 두는 밧줄.


눈에 보이는 것 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에도

매듭이 있다.


지어야 할 때와,

풀어야 할 때를 아는 사람을 우리는 현자라고 한다.


오늘 하루 매듭을 묶어야 할 때.




호수에 밤이 내려 앉았다.

사람들은 서둘러 호수를 떠난다.


밤은 혼자가 되는 연습을 하는 때.


호수도 혼자가 된다.


나도 혼자가 되기 위해서 떠난다.

같이 있어도

혼자가 되는 일에 익숙해지는 일,


나는 평생 혼자가 되는 연습을 한다.


가장 완벽하게

혼자가 되는 순간을 위하여----




돌아 오는 길에

주변에 있던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찍은 사진.


그 사람은 


"5 달러 짜리로 찍을까요,

아니면 10 달러 짜리로 찍어드릴까요?"


라고 물었다.


부탁하는 사람의 부담을 덜어주는 

멘트를 부탁 받은 사람이 한 것이다.

이런 유머는 세상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윤활유가 된다.



우리는 돈 대신에 웃음과 미소를 보냈다.




그렇게 밤이 왔고

매듭을 지어야 할 시간이 왔다.


매듭을 지으며

호수와 헤어져 

혼자가 되는 시간,


무심하게 헤어지며

자연스럽게 혼자가 되는 연습을 했던 하루.


내가 이승에서 마지막 숨을 쉬는 순간이

내 삶의 매듭을 맺을 때이며

또 푸는 때가 될 것이다.


내 삶의 마지막 매듭을 지어야 할 시간에

무심할 수 있다면----


여여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