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town은 워싱톤 DC의 북서부에 자리한 마을이다.
역사적으로 유서가 깊으며
명문 Georgetown University가 있어서 더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이 마을의 주민으로는
Thomas Jefferson, Alexander Graham Bell, Elizabeth Taylor등,
예나 지금이나 각계각층의 유명인사가 많다.
고급 상품을 파는 상점들과
고급 식당들이 거리를 채우고 있다.
Georgetown은 포토맥 강을 끼고 발달했기에
예로부터 교역이 무척 활발하게 이루어졌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 노예들을 팔고 사는 노예 시장도 있었다고 하니
역사적으로 아픔을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Georgetown을 건설하는데
아프리카 노예나
자유인 신분의 African-American들의 공헌이 무척 컸음에도
현재 이 지역에 거주하며
커뮤니티의 의사를 결정하는 African-American이 얼마나 될까?
통계치를 알 수는 없지만 0%에 가깝다는 게 내 생각이다.
(틀린 생각일 수도 있다.)
아들 졸업식 전에 Georgetown 대학 옆에 있는
Holy Trinity 성당의 11 시 30 분 주일 미사에서
검은 피부의 신자를 한 명도 볼 수 없었다는 것이
나의 주장을 뒷받침한다면 지나친 논리의 비약일까?
아니면 나의 선입견일까?
Georgetown은 백인 귀족들의 사회인 것 같다.
들여다 볼 수는 있어도
정작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Glass Wall(유리벽)로 둘러 쌓여 있는 그들만의 나라.
아들이 졸없한 Law School이 대학교 캠퍼스와는 떨어져 있는 관계로
Georgetown에 갈 기회가 없었는데
작년에 막내 아들을 보러 South Carolina에 다녀 오면서
잠깐 들렸던 적이 있다
그러니 이 번이 두 번 째 방문인 셈이다.
전철이나 버스 같이 외지와 연결되는
대중 교통수단이 없다는 점은
이 코뮤니티의 성격을 알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열려 있긴 해도 외부인들이 들어 오는 걸
극도로 꺼린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Dulles 공항 근처의 넓직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우리는 Georgetown으로 향했다.
아들이 만나자고 한 Georgetown의
Holy Trinity 성당이 목적지였다.
11 시 30 분 미사를 하고 졸업식에 가면 된다는 게 아들의 설명이었다.
졸업식은 Law School이 아닌
대학교 캠퍼스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 때까지도 우리는 졸업식을
Law School에서 하는 줄 알고 시간 때문에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의문이 풀린 것이다.
아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될 것을,
아직도 아들이 못 미더운 구석이
내 안에 있음을 알았다.
좁은 길은 차들로 꽉 차 있었는데
성당에서 몇 블락 떨어진 곳에 다행히 주차를 할 수 있었다.
미사 시간까지는 좀 시간이 남아서
동네길을 걸었다.
전 날까지 흐리고 비가 내리던 날씨는
활짝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우울한 기운이 가실 정도로 개었다.
그러나 흐린 기운은 습도로 남아
얼굴을 내민 해와 힘을 합쳐서 나를 힘들게 했다.
셋 째 딸이 영화 '엑소시스트'에 나오는 계단이 근처에 있다고 해서
우리는 그 곳으로 향했다.
궁금한데 요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됨은 큰 매력이었다.
가파른 계단,
나무가 계단에 그늘을 드리워서
음습한 기분이 들었다.
영화에서 사람이 문으로 튕겨져 나오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그 곳에서 촬영했다는 것이다
어느 노부부는 운동 삼아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었는데
가쁜 숨을 내쉬었다.
고통스런 땀 방울이 무더기로 흘러 내렸다.
그 계단이 있는 곳에서 작은 길을 건너면
오래 된 식당이 있는데
지하 식당에서 브런치를 했다.
지하 식당 이름이 하필이면 'Tomb'이였다.
서양식 무덤의 뜻을 지닌 식당의 계단을 내려가며
방금 들렸던 'Exorcist Step'이 기억났다.
마치 무덤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한 동안 지하 계단을 내려갈 때면
그 으시시한 계단이 생각날 것 같다.
아무 것도 몰랐다면무심히 지나칠 수 있었던 그 계단은
영화에서 생성된 이미지가 결합되어
으시시한 느낌을 내 마음에 덧칠을 해 주었다..
'일체유심조'
마음이 일으키는 조화와 장난에서
죽을 때까지 자유로울 수가 없다는 사실.
Holy Trinity 성당은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았다.
예수회 사제에 의해 창설된 Holy Trinity는
DC에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성당 중 가장 오래되었다고 한다.
현재 미사를 드리고 있는 성당 옆으로 돌아가면
옛 성당이 보존되어 있는데 참 아담하고 예쁘다는 인상을 주었다.
두 성당 모두 입당을 위해서는 계단을 올라야 했는데
건축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신성한 장소에 가기 위해서는
계단을 올라야 한다는 것,
계단을 오르며
마음을 정화하고 숨 고르기를 해야한 다는 것,
조금은 고통스런 수고를 동반해야 한다는 것,
등등.
삶의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일은
우리의 숙명과 맞닿아 있음에도
힘이 든다는 이유로 그런 수고로움과 마주치기를 꺼려하며
살아 온 것은 아닌지.
미사를 마치고 성당 계단을 내려 오며
나는 발걸음 하나 하나에 정성을 담았다.
보이지 않아도
발걸음 하나하나가 얼마나 예쁘고 단정했는지,
아니면 마구 흐터러졌는지
죽는 순간 나는 알 것이다.
내 삶의 마지막 순간에 미소 지을 수 있도록
삶의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발걸음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고 싶은 것이다.
꽃가게 앞에서 아내와 셋 째 딸.
자작 나무로 만든 진열대 위의 꽃.
오래 된 이발소.
오래 된 세탁소.
낡은 철문도 그냥 두지 않고
요모조모 멋을 부렸다.
길에서 보이는 Georgetown University
이 학교 출신으로 Bill Clinton 등이 있는데
전세계적으로 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Exorcist Step
식당 'Tomb'
어두운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Holy Trinity 성당.
죽은 Kennedy 대통령이 다니던 곳이다.
옛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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