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에서 생긴 일 - 손님에게 받은 꽃선물
A가 세탁소에 나타난 것은 지난 9 월 경이었다.
아직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을 하지 못 하고 있는데
여성성이 아주 강한 남자인 것 같다.
당연히 인간성은 조용조용하고 상냥하다.
세탁소에 가지고 오는 옷은 단 두 가지
하얀 셔츠와 긴 앞치마.
그는 어느 식당에서 웨이터로 일 하고 있음은 불문가지.
꼬박꼬박 정기적으로 옷을 맡기도 잘 찾아가는,
굳이 등급을 매기자면 'A'급 손님인 셈이다.
그런데 그가 지난 주에 옷을 찾으러 왔는데
현급도 가진 것이 없었고,
신용 카드도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았다.
당황한 기색이 뚜렷이 그의 얼굴에 나타났다.
"돈이 없으면 나중에 갚으라"고 말하며
호쾌하게 그에게 옷을 내 주었다.
이사를 가면서
세탁비를 이런 식으로 떼어 먹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그럴 때는 오랫 동안 우리 세탁소에 손님으로 도와 주었으니
마지막 선물을 하는 셈 쳐서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어느 세탁소 선배는 말 했다.
"외상은 절대 주지 말아라!"
손님을 잃는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런데 그가 오늘 나타났다.
외상값과 함께 꽃 바구니 하나를
수줍게 내 밀었다.
모르긴 몰라도 외상값보다 더 비싼 가격일 것 같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작은 소리로
나의 배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마음의 표시니 받으라고 했다.
외상값을 가져온 것도 고마운데
꽃바구니까지 선물로 받고
신용이 이 세상에 살아 있음을 확인하였으니
오늘 하루도 수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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