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 예선
한국과 멕시코와의 결전을 두어 시간 앞두고 있다.
우리 세탁소에는
한국 출신인 나와
두 명의 멕시코 출신 직원,
트리니다드 출신 직원과 에콰도리아 출신 직원 하나,
총 다섯 명이 일을 하고 있다.
말하자면 다섯 명 모두 이민자 출신 미국인이다.
언어도 물론 영어를 쓰기는 하지만
다 자기 모국어가 편한 사람들이다.
음식 또한 집에서는 자기 나라의 음식을 먹는다.
나랑 사진을 찍은 Efren은 멕시코 출신인데
1987 년에 내가 일하던 야채가게로 일자리를 얻으러 왔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세탁소를 시작하고도 계속되었다.
워낙 머리가 좋은데다
손놀림이 빨라 군대식으로 말하면 특급 전사 수준이다.
Efren이 미국 땅이 발을 디딘지 31 년 만에
드디어 시민권을 얻었다.
참으로 기묘한 일이다.
같은 미국 시민권을 가진 사람인데도
이민 1 세대는
모국의 모든 것을 잊지 못하고 간직하고,
또 그것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
가령 월드컵 경기에서 미국과 한국이 대결을 한다면
한국계 미국 시민은 거의 100% 한국 팀을 응원한다.
몸도 미국에 있고
세금도 미국에 내지만
마음만은 한국에 그대로 있는 것이다.
아버지 날 선물로
아이들이 빨간 색 한국 축구팀 저지를 선물했다.
나는 Efren에게 멕시코 저지를 입고 오라고 했다.
오늘 아침 사진 한 방 찍었다.
어느 나라 팀이 이기든
우리 둘이 돈을 내어 피자 한 판 사서
직원들끼리 나누어 먹을 예정이다.
둥근 피자 한 판,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지지만,
그래도 둥근 피자는 미국의 모습이다.
다른 조각들이 모여 하나가 되는,
문제도 많고 탈도 많지만,
그래도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이 미국 땅에서
경기가 끝나고 먹을 피자 맛이 아주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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