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늘 언덕에서 바람을 맞았습니다.
바람결
머릿결
내 머리는 찰랑찰랑 길었습니다.
내 머리결은 바람결을 느끼는 안테나였습니다.
죽어 있던 의식이 바람이 불면 다시 살아났습니다.
노트에 이렇게 썼습니다.
"바람이 분다.
살아 있다."
얼마 뒤
폴 발레리의 시 '해변의 묘지'를 읽었습니다.
거기에서 '바람이 분다/살아야겠다'는 구절을 발견하였습니다.
다시는 글 같은 건 쓰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늘 옆에 끼고 다니던 노트도 던져 버렸습니다.
바닷가에서
바람을 보았습니다.
내 청춘의 시간에 내 머릿결을 스친 바람을 만났습니다.
내 머리는 너무 짧고 노트는 손에 없습니다.
잠자던 세포들이 스멀스멀 깨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어둠 속에 불던 바람이 멎고
해가 둥실 떠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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