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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주말 일기 2 - 여정 (Journey)

우리의 목적지는 Massachusetts의 Cape Cod이었다.

한국식으로 보면 영일만의 호미곶 같은 곳이다.


반 원형 형태의 만이 형성되어 있고

그 끄트머리에 육지가 바다와 만나는데 

호랑이,혹은 토끼 꼬리를 연상하게 하는 지점을 곶이라고 하는데

바로 거기가 우리의 목표였다.


목적지가 육지가 끝나는 곳이기는 했지만

언제나 그러하듯

여행은 그 목적지보다는

여행을 마음에 두고 발효를 시키다가 

출발을 해서 그 곳까지 가는 여정이 더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여정이라는 말은 영어로 'journey'라고 할 수 있는데

'Travel'이라는 단어보다 'Journey'를 내가 선호하는 이유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여정.


그 여정이 행복했다면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에서 처럼 노래할 수 있을 것이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우리가 살고 있는 Brooklyn에서 목적지인 Cape Cod까지의 거리는

약 300 마일, 450 킬로 미터, 차로 다섯 시간이 넘는 거리다.


낮 열 두 시가 막 넘어서 출발해서

오후 다섯 시가 넘어서 목적지에 도착할 동안

우리는 차 안에서 점심을 먹고,

남는 시간은 이야기로 차 실내와 시간을 메꿨다.

누군가 우리 차 문을 여는 순간

수도 없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것이다.


조수석 앞 Dashboard의 작은 박스의 문을 열면 

그 문이 아주 훌륭한 간이 밥상이 된다.

아내는 그 위에 밥과 준비해간 반찬을 올려 놓고

김밥을 싸서 내 입에 넣어준다.


나는 새끼 제비처럼 날름날름 받아 먹으며

추임새를 넣는다.


"천상의 음식이 이보다 맛 있을 수 있을까?"

"난 전생에 나라 몇은 구한 것 같아."


누가 옆에서 들으면 닭살이 돋을것 같은 이런 멘트를 날리면

아내는 

"아, 상투적인 너무나 상투적인--"이라고 하며

눈을 흘기는데

그 눈매가 참 고운 건 왜인지 모르겠다.


내가 처음 미국에 와서 6 년 동안 야채가게에서 일을 했다.

집에 돌아 와서 저녁 상 앞에 앉으면

시계는 저녁 아홉 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그런데 어떤 날은 집에 들어 와 보면

저녁 식사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러면 짜증도 나고 화도 났다.


-남편은 하루 종일 일하느라

파김치가 되고 허기져 죽을 지경인데

도대체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뭘 하고 시간을 보내는 건지-


미국에 이민 온 것도,

그보다 이런 아내와 결혼한 것도

다 후회가 되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 돌아왔는데

그날도 저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참 이상했다.


그 날은 배 고픈 내가 아니라

저녁 준비를 미처 하지 못 한 아내의 표정이 내 눈에 들어 왔다

얼굴엔 남편에 대한 미안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한 살, 세 살, 그리고 네 살 짜리 딸 셋을 데리고

(그 때는 아이가 셋이었다.)

고단한 하루를 지낸 아내의 시간이 눈 앞을 스쳐갔다.

남들은 하나도 힘들다고 하는데

세 아이를 키우는 아내의 고단함이 하루라는 시간 속에 녹아 있었던 것이다.

아내도 허리 아프고 허기진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피자 한 판 주문해서 먹어도 될 것을

자기 손으로 남편의 저녁을 해 먹여야 한다는

아내의 어리석음이 마음을 시리게 했다..


그 이후로 나는 배가 고프면 감사의 기도를 하는 버릇이 생겼다.

배가 고프다는 것은 몸이 아주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말이다.


짜증대신, 감사의 기도.


지옥과 천당은 마음 한 장의 차이임을 깨달았다.


평생 걸려도 돌리지 못 하는 

마음 한 장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차 안에서 나누는 이야기의 소재가 다양하지만

결국은 우리의 대화의 소재는

서로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위한 튜닝의 도구이다.


마음의 고백소.


어느 부부는 둘만의 이런 여행하기를 두려워 한다.

아무 말 없이 답답한 시간을 견디기도 하고,

많은 경우 서로 싸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부부는 둘이서 혼자(?)이기를 즐긴다.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아는 순간

신세계가 열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고백이 절로 나온다.


'당신이 언제나 옳아.'(The Boss is always right)


다섯 시간을 운전하다 보니

엉덩이에 미약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럴 무렵 우리는 Cape Cod 이라는 표지판과 만나게 되었다.



해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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