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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정신일도 하사불성

정신일도 하사불성?

어제 저녁 식사 후 늘 그러하듯 아내와 저녁 산책을 나섰습니다.
아파트에서 내려와 길을 건너서 한 블락을 가면
Saratoga 공원이 있습니다.
뉴저지 집에서 출퇴근할 때는 이런 공원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공원 둘레를 다섯 바퀴 도는 것으로 저녁 산책은 끝이 납니다.

"당신, 초등학교 교가 기억나?"

산 책 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뜬금없이 아내가 물었습니다.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 보아도 교가 가사의 한줄은 커녕
단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아니."

너무 긴 시간이 흐른 것 같습니다.
거의 50 년 전 일이기에 말입니다.
초등학교 4 학년 때 우신 국민학교에서 갈려 나와
새로 생긴 영신 국민학교 1회 졸업생이라
더더욱 교가를 부를 기회가 적었던 때문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면 고등학교 교가는?"

중고등학교 6 년을 다녔으니 기억이 날 법도 한데
소풍날 보물찾기처럼 교가는 영 나와는 상관없는 것처럼 생각되었습니다.

하기야 방송반이랍시고
조회 같은 행사가 있으면 마이크만 달랑 설치하고는
운동장에서 다른 학생들이 그 지루한 시간을 보낼때,
방송실에서 황일이와 노닥거리며 즐거운(?) 특권을 누렸으니
교가를 부를 일이 없었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그렇지 어쩌면 한 줄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건,
애국가를 부를 줄 몰라 매국노로 인식되는 것처럼
여간 속이 불편한 게 아니었습니다.

단 하나 떠오른 단서는 교가 내용에
학교 설립자 이름이 들어간 것 같다는 감 하나였습니다.

산책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족욕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잠을 자면서도
교가 생각이 떠나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부분 부분 교가 내용이 생각났습니다.
어느 구절이 먼저고 뒤가 할 것 없이
뒤죽박죽 가사 내용이 떠 오른 것이었습니다.

결국 모든 퍼즐이 맞춰졌습니다.
퀴즈 문제의 정답을 대기 위해 부저를 누르고
'정답'을 외쳤습니다.

씩씩하게 교가를 부르고 는 잠이 깨었습니다.

아침 5 시 10 분이었습니다.

밤 새 교가 생각하느라 잠도 푹 자지 못 했음에도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정신일도 하사불성'

가끔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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