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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미 대륙횡단

미시간 호수 - 가장 따뜻한 색, 불루

미시간 호수 - 가장 따뜻한 색, 불루를 간직한


Elmore라는 마을에 들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부리고 나서

우리는 부지런히 시카고로 향했다.

시카고는 66 번 도로의 시원이 있는 곳이다.

중간에 66 번 도로로 끼어들어도 되나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고 싶어서

우리는 하루 종일 운전해서 갈 수 있는 거리 보다도 더 먼 곳에 있는

시카고까지 가는 길이었다.


말하자면 '효율보다는 의미를 찾는 여정'이라고 

조금 미화시켜 말하고 싶은 충동이 든다.


시카고로 가는 도중

몇 곳에서 미시간 호수의 표지판을 보았다.


오대호 중의 하나로 대한민국의 절반 크기의 미시간 호는

지상에서보면 마치 바다와 같이 넓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

비행기를 타고 지나도 꽤 오랜 시간을 날아서야

비로소 뭍이 나오는 그런 광대한 호수가 바로 미시간 호수이다.


인디애나 주의 어느 곳에서

미시간 호의 팻말을 보고 고속도로를 빠져 나왔다.


마침 점심 시간이어서

호수 옆 주차장에서

준비해 간 '부루스타'라고 하는 개스 버너에

달걀까지 풀어 라면을 끓여 먹었는데

그 아름다운 맛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라면 한 그릇을 비우고

우리는 호숫가로 차르 몰았다.


이틀 째 여행을 하면서

아내와 나는 제법 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중 하나가 여행을 하면서 갖는 느낌이었다.


나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행복하다고 했다.

시간을 내서 바람처럼 흐르는 느낌이 좋다고 했는데

아내는 무언가 조바심을 내는 것 같았다.


내가 동서 횡단 여행의 계획을

입에서 꺼내 놓을 때부터

아내는 나에게 일생에 한 번 하는 멋진 여행에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어서 무척 신경을 쓰는 것 같았고

조금이라도 내가 실망하면 모든 게 자기 책임인 것 같이

부담감을 느낀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아주 좁은 길을 지나

호수가 보이는 곳에 도착했을 때

내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대학시절 일본 소설가가 쓴 소설의 제목이 갑자기 떠 올랐다.


'끝 없이 투명에 가까운 불루'


푸른 색이 가진 그 순수한 아름다움을

묘사할 능력이 내겐 없었다.

호수의 푸른 물이 내 가슴으로 흘러 들어와

나도 푸른 호수가 된 느낌이었다.


"여보, 미시간 호수에 와서 이렇게 황홀한 불루를 본 것만으로도 

이미 이번 여행의 목적을 다 이룬 것 같아. 난 더 바랄 게 없어."


나의 말에 아내가 가지고 있는

조바심 같은 것이 모래성처럼

스르르 무너져 내림을 느꼈다.


미시간 호수의 그 불루는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색이었다.

(Blue is the Warmest Color)


같은 제목의 영화에서 처럼 바래고

희미해져 가는 불루가 아닌

나날이 푸르름이 더 해가는 그런 불루로 가슴 속에 남을 것이다.


같은 호수에 발을 담근

나와 아내 모두에게---


http://blog.daum.net/hakseonkim1561/1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