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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미 대륙횡단

66번 도로의 출발점을 찾아서

우리가 작년에 미국 동서 횡단 여행을 계획했을 때

기본적으로 시카고에서 시작하는 66 번 도로를 따라가기로 했다.

66 번 도로는 미국 에서 처음으로 생긴 동서 횡단로이자

첫 고속도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66 번 도로는 미국인들에게 'Mother Road'라고 불린다.


일리노이 주의 시카고에서 출발해서

미주리와 캔자스, 오클라호마, 텍사스, 뉴 멕시코와 아리조나를 거쳐

캘리포니아의 산타 모니카에 이르는

2,448 마일(3,940 킬로 미터)의 거리를

우리는 따라가기로 했다.


빨리 가는 직선보다

예 정취를 더듬으며 돌아가는 곡선을 택한 것이다.


첫날은 집을 출발해서 80 번 도로를 타고

오하이오 주의 클리블랜드까지 가서

거기서 여행  하룻밤을 묵었다.


80 번 도로 주변엔 가을이 익어가고 있었다.

옛날 새색시의 색동 치마 저고리 같은

단풍이 알록달록 아주 고왔다.

그러나 80 번 도로를 달리고 

거기서 벗어나면서

우리는 가을과도 이별을 해야 했다.


서쪽으로 여행하면서 계절은 가을을 거슬러

오히려 여름 쪽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사실 나는 더 북쪽으로 가는 길을 원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가는 시기에는

몬타나 주의 단풍이 환장할 정도로 환상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단풍도 보고 멋진 사진도 찍고---


그러나 우리는 66 번 도로를 선택했고

따라서 몬타나 주로 가는 길은

Robert Frost의 시 제목처럼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로 남게 되었다.


두 갈래 길 앞에 섰을 때의 그 긴장감.


어느 하나는 흘려 보내야 할 때의 

그 허전하고 서운한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열반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어느 것을 선택할 까 하는 순간 앞에서

번뇌의 싹이 트기 때문이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환상은

고스란히 잘 포장한 상태로 마음 속에 간직한 채

66 번 도로,

그 시원을 향해 우리는 길을 떠나는 것이다.


길을 떠나며

우리는 잊는 법,

그리고 버리는 법을 배운다.



http://blog.daum.net/hakseonkim1561/1887



미국 지도

우리는 80 번 도로를 타고 시카고까지 갔다가

다시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서쪽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녹색으로 표시한 선이 우리가 갔던 길.




80 번 도로 주변은 가을이 그득했다.





해가 막 지려할 때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시골길을 잠시 달렸다.

아름다운 낙조를 만날까 해서----


그러나 이 길엔 해가 들지 않았다.


농장들이 있었는데

인적은 물론이거니와 차들도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이었다.


해질녘,

낯선 기척에 개 하나가 쉬지 않고 짖어댔다.


그렇게 밤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