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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미 대륙횡단

옥수수 밭으로 둘러 싸인 시골에서 옥수수처럼 웃다

클리블랜드에서 하룻밤을 묵고

우리는 아침 일찍 길을 떠났다.

 

클리블랜드라는 도시는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지만

친근한 느낌이 드는 것은 

오로지 '그리운 금강산'이라는 가곡을 작곡한 

최영섭이라는 분 때문이다.

 

40 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분의 목소리를 FM 라디오를 통해 나오는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분은 어는 방송국의 클래식 음악 방송의 진행자였는데

가끔씩 "로린 마젤이 지휘하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듣습니다."라며

음악을 소개하는 그분 목소리가 

척이나 둥글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클리블랜드는 그분 목소리처럼

정감 있고 따스함이 배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우리는 밤 늦게 도착해서

잠만 자고 호텔을 빠져나와 다시 길을 가는 까닭으로

전혀 클리블랜드를 만지거나 맛 볼 기회가 없었음에도

포근한 이불 속에 있는 것 같은 안락한 느낌 속에 빠져 있었던 것은

40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포근한 

최영섭 작곡가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도시를 벗어나며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주변은 온통 옥수수 밭 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얼마를 가도 풍경은 여전히 단조롭게 반복되었다..

'오히이오 주의 9할은 옥수수 밭'으로 되어 있을 거라는

나의 잠정적인 결론이 여기서 비롯되었다.

 

때가 10월이니 옥수수 걷이도 이미 마친 상태였으니

어떤 밭은 이미 옥수수 대가 베어진 채로

빈 들의 모습으로 우릴 맞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옥수수밭엔 옥수수가 빠진 옥수수나무가 무성하게 도열해 있었다.

 

그런데 오와 열이 제대로 맞은

옥수수 나무 사이를 지나가는 맛이 제법 쏠쏠했는데

그것은 마치 도열해 있는 군인들 앞을

지나가며 사열하는, 

어깨 위에 별을 몇 개 단 장군처럼 뿌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옥수수 밭을

사열하며 지나는 것이 싫증 날 무렵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옥수수 밭 사이로 떠 오르는 일출 사진을 찍을 요량으로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옥수수 밭 사이를 5 분 정도 가다 보니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Ohio 주의 Elmore라는 작은 마을이었다.

 

마을 사람들이나

멀리 떠났던 일가친척이 고향을 찾는 경우를 빼고

우리 같은 과객이 찾을 확률이라는 것이 

거의 0%에 근접하는 수치를 나타낼 수 있는 곳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지 모르겠다.

 

여행은 이런 우연과 뜻 밖의 상황에서

제 맛을 낸다.

 

'모르는 곳 돈키호테처럼 처들어 가기'

 

우리 부부의 맛 있는 여행 레시피 중 하나다.

 

그 마을은 메인 스트릿을 중심으로 양 쪽으로 한 블락,

그리고 그 뒤로 반 블락 정도가 

마음의 중심가를 형성하고 있었는데

마침 일요일이라 거리에서 사람을 만날 수가 없어서

유령 마을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살짝 하기도 했다.

 

마침 길 코너에서 커피 파는 가게를 만날 수 있었다.

비록 새벽에 호텔에서 커피를 마셨지만

이런 때는 낯 선 곳에서의 커피 한 잔을 마셔야 주어야 한다.

그 느릿느릿하고 게으른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데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것 이상의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마침 눈에 띈

상호가 내 주의를 끌었다.

 

'Red, White, and Brew'

 

빨 간 색,흰 색, 그리고 푸른색 -

누구나 알다 시피 미국 국기는 이 세 가지 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커피 가게는 그중 푸른색을 뜻하는 

'Blue'를 Brew로 살짝 바꾸어서 가게 이름을 지은 것이다.

푸른색을 뜻하는 Blue를 라임을 맞추어 

커피를 끓인다는 뜻을 가진 'Brew'로 살짝 바꾸어서

가게의 특성을 표현한 것이었다.

 

온통 옥수수 밭으로 둘러 싸인 마을에서

나도 옥수수(이)를 마음껏 드러 내놓고

웃을 수 있었던 까닭이다.

 

유색인종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가게 이름과 로고를 성조기를 주제로 했을 정도이면

이 마을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보나 마나 대부분이 아주 보수적인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 

사는 그런 곳이다.

 

그러나 글자 한 둘을 바꾸어

웃음을 주는 그런 재치와 유머가 있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또한 Elmore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과연 푸른색을 우려낸 커피 맛은 어땠을까?

 

 

 

 

 

마침 먼저 와 있던 중년 여인에게 부탁해서 찍은 사진.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BLUE(BREW) 스웨터를 입고 있다.

 

 

 

 

가게 안 장식장 꼭대기에 있는

쿠션엔 Red White & Blue라고 쓰여 있다.

 

 

 

거리,

그리고 집.

메인 스트릿 바로 건너 길 가엔 

더 이상의 상점이 없고 바로 주택가가 형성되어 있다.

 

 

 

 

 

머지않아 다가 올 핼러윈 데이를  기다리며

분위기를 내는 가게 장식.

 

 

 

 

 

 

아무도 없는,

이 동네에서 제일 번화한(?) 거리

 

 

 

 

 

삭고,

칠 벗겨진 

문.

 

 

 

무단 횡단.

다니는 차가 없으니---

 

 

 

 

 

 

 

 

 

유리창에 반사된

우리 부부 모습

 

 

 

 

 

커피 옆에 붙어 있는 사인.

 

"성공한 사람 배후에는 상당한 양의 커피가 존재한다"

 

나도 하루에 두 잔씩 꼬박꼬박 마시는데

성공할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마셔야 하는 커피의 양과 정성이 부족한 모양이다.

 

 

 

 

 

커피숍 정문.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옥수수 밭.

오하이오 주는 아주 심심하다는 인상이 여기서 비롯된다.

 

 

http://blog.daum.net/hakseonkim1561/1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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