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이야기/미 대륙횡단

시카고의 L'Etranger(이방인)

시카고의 이방인 (L'Etranger)






뉴욕에서 시카고까지의 거리는 800마일 가량 된다.

킬로미터로 환산하면 1,200 킬로 미터가 좀 넘는 거리다.

쉬지 않고 운전을 해도 

열 세 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를

마다하지 달려 간 것은

오로지 66 번 도로의 시발지가 시카고에 있다는 사실 하나 때문이었다.


시카고는 10 여 년 전에 두 번 다녀온 적이 있다.

시카고 지역의 ME 주말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2 박 3 일 일정으로 두 번을 다녀 왔는데

공항에서 호텔까지,

프로그램이 끝난 뒤 

다시 호텔에서 공항으로 차를 타고 이동을 했으니

제대로 시카고 땅을 밟아 본 것은

이 번 여행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시카고에 대해 10 여 년 전에 받았던 인상은

춥고 바람이 거센 곳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전 언젠가 화재 때문에 도시가 불 탄 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설 때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참여해서 도시를 재건축한 까닭으로

건물의 모습이 특이하다는 점도 

시카고에 대한

내 인상의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 마피아의 전설적인 인물 알 카포네도

뉴욕의 부르클린에서 출생해서

시카고에서 활동을 시작했다는 정도가

내가 시카고에 대해 알고 있는 상식의 전부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미국에 살면서도

미국에 대해서 도무지 아는 게 없다는 것,

그런 무지함에도 불구하고

이 미국 땅에서 

세 끼 꼬박 챙겨 먹으면서 미국 시민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음이 

신기할 따름이다.


오후 2 시 쯤 시카고 시내에 들어섰는데

도로에는 차가 넘실대며

설설 기어다니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시카고 마라톤 대회가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 우리가 시카고에 들른 날이 일요일이어서

오후 4 신가의 미사에 가기 위해 시카고의 주교좌 성당으로 향했다.

미사 시간까지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기에

66 번 도로의 시작 표지판이 있는 곳을 찾아 보기로 했다.


가는 길은 마라톤 대회의 여파로

차도는 차도대로

인도는 인도대로

차와 사람들로 붐벼서 느릿느릿 물처럼 흘러다니는 것 같았다.


우리의 목적지가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곳을 지났으나

66 번 도로의 시작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두어 바퀴 돌고 미사 시간 때문에 일단 철수를 했다.


미사를 마치고

66 번 도로의 시발점을 향해 다시 길을 떠났다.

길은 전보다 조금 한산해졌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차보다는 

사람의 걸을걸이가 더 빠를 것 같아서

아내가 목표 지점 두 어 블락 전에 내려

걸으며 찾아보기로 했다.


시카고 뮤지엄을 길 건너에 두고

반 블락 쯤 되는 곳에

그 표지판이 있었는데

아내가 그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찬찬히 걸으면서 찾아야지

뒤에서 빵빵거리며 길을 재촉하는 차들이 

연신 파도처럼 밀려오는 차도에서 차를 타고

그 표지판을 찾는 것은 애초에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살아가는 일도 그런 것 같다.


더 크고 귀중한 보석을 찾으러 과속을 하다 보면

내 발 밑에 무수히 깔려 있는 보석을

다 놓치고 마는 것은 아닐런지.


표지판은 어느 프렌차이즈 음식점 앞에 있었는데

(음식점 이름을 외우려고 몇 번 중얼거렸음에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도 신경 써서 보는 것 같지 않았다.


찾으려고 애를 쓸 때는 몰랐는데

찾고 나니 

허무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는 데다가

초라하기까지 하니 말이다.


뜬금 없이 까뮈의 '이방인'이 떠 올랐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뫼르소라는 주인공이

사람을 죽이고 재판을 받으며

'왜 사람을 죽였느냐?'는 질문에 '햇빛이 눈 부셔서'라는 대답을 한다.


물론 뫼르소가 사람을 죽인 이유는 

뫼르소 자신을 포함해서 아무도 모른다.


햇빛이 눈이 부셔서도 아니다.

그저 사람을 죽인 것이다.

이것이 흔히 실존주의에서 말 하는 부조리다.


왜 굳이 66 번 도로가 시작하는 곳까지

그리 힘들게 찾아 갔느냐고 물으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햇빛이 눈 부셔서?

아니면 바람이 많이 불어서?


딱히 대답할 말을 찾지 못 하고

그 자리를 떠나야 했다.


시카고 시내를 벗어나는데

멀리 해가 진 하늘이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보라색을 배경으로 가로등 불빛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굳이 그 먼 시카고까지 간 것은

오로지 가로등 불빛 때문인 것 같이

예쁜 불빛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이방인에게 내리는 축복같은 불빛이----


http://blog.daum.net/hakseonkim1561/1891





시카고 교구 주교좌 성당

'Holy Name Cathedral'




Bumper to Bumper

운전하면서 옆 차의 유리창을 찍을 정도로

차가 많았던  시카고 거리






Historic Route 66

Begin


알아 보기도, 찾기도 쉽지 않다.




Holy Name 주교좌 성당





람보기니가 두 대씩이나

우리 차 앞에 출현!

아내가 사진을 찍으니 길 가던 사람들도 덩달아 사진 찍기 바쁘다.

람보기니 주인은

아주 여유있게 천천히 간다.

사람들 앞에서 마치 뻐기는 것 같았다.




마라톤 경기를 마친 사람들




거리엔 여러 종류의 악기를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이 건물이 시카고 뮤지엄.

66 번 도로의 표지판은 이 곳 근처에 있다.







송신탑이 있는 건물이

모르긴 몰라도 미국에서 제일 높다는

Sears 백화점 건물로 추정된다.(아닐 수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