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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Santa Ines에서 흘린 눈물 - 세 잎 클로버의 행복

10년 전 우리 부부는 결혼 25 주년을 맞았고,

무언가 뜻깊은 일을 생각하다가

우리가 다니는 성당에서 주선하는 

캘리포니아  Mission 순례길에 따라나섰다.

 

San Diego에서 출발한 성지 순례는

San Francisco에서 마감을 했는데

우리가 들린 7 군데 Mission 중 하나가

Solvang이라는 곳에 있는 Santa Ines 였다.

 

Solvang이라는 곳은 아주 작은 마을이었는데

네덜란드 풍으로 마을을 꾸며 놓아서

정감 있고 예쁘장해서

관광객들의 눈길을 끄는 곳이었고,

그 중심지를 살짝 벗어난 곳에

Santa Ines라는 Mission이 자리하고 있었다.

 

방문했던 다른 곳보다도

우리 부부의 마음속에

Santa Ines가 도드라지게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 큰 딸 때문일 것이다.

 

큰 딸의 이름이 Agnes인데 

Ines는 스페인어로 같은 이름이다.

(우리가 큰 딸에게 Agnes라는 이름을 준 것은

생일에 가장 근접한 날에 Agnes 성녀의 축일이 있어서였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다른 Mission보다도 Santa Ines Mission이

더 마음이 가고 정겨운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곳에서 우리 부부는

우리 큰 딸 Agnes가 이 곳에서 결혼식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10 년이 지난 뒤,

우리는 Solvang의 Santa Ines를 다시 찾았다.

결혼 25 주년에 찾았던 Santa Ines Mission을 

10 년이 지나 결혼 35 주년에 다시 찾은 것이다.

 

우리가 도착한 것이 오후 12 시 20 분쯤이었다.

마침 12 시 30 분 스페인어 미사가 시작되기 전이었다.

 

성당 안은 멕시칸 신자들이 대부분이었고

동양인은 우리뿐이었다.

여섯 명인가 일곱 명이 연주하는 기타 반주에 맞추어

그리 세련되지 않은 성가대의 입당 성가가 시작되었고

사제가 제대에 입 맞추는 순간

뜬금없이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눈물을 흘리는데 굳이 이유를 따질 필요가 있을까만은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것은

지난 10 년 동안 

우리에게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0 년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났지만

그중에서 큰 딸 Agnes와 둘째 딸 Stella가 결혼을 했고

Agness를 통해 Sadie와 Desi, 

두 명의 손주를 보게 된 것은 가히 우리 가족에게,

(특별히 우리 부부에게는)

역사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손주 둘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우리 부부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고

또 기쁨의 원천이 된다.

 

그 아이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내 가슴은 뛰기 시작한다.

William Wordsworth의 시 중 

'무지개(Rainbow)'는 이렇게 시작한다.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가슴은 뛰누나-

 

그런데 우리 손주들은 보지 않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니 얼마나 소중한 존재들이지 모르겠다.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예쁘다고 하는데

나도 예외는 아니다.

그 아이들은 무지개보다도 소중하고 

(내 눈엔) 무지개보다도 아름답다.

 

무엇이든(내 목숨까지도) 내어주고 싶은 

하느님 사랑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도

그 아이들을 손주로 맞아

내가 할아버지가 된 뒤의 일이다.

 

고등학교 친구 하나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부부가 나무의 기둥이라면

자식은 가지요,

손주는 열매라고---

 

이 소중하고 달콤한 열매가

큰 딸 Agnes를 통해서 

우리 곁에 온 것은

측량할 수 없는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딸의 이름의 원조가 된 Santa Ines Mission에서

미사 참례를 하니 

특별한 감동이 밀려왔었던 것 같다.

 

아내와 나는 자주 살아가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특별히 평범한 삶을 주제로 이야기할 때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한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양친 밑에서 성장해서

배우자를 만나 건강하게 살면서

자식을 낳아 기르고

손주까지 본 사람을 만나기가 흔치 않다.

 

배우자와 이혼을 하거나

사별하는 아픔을 겪기도 하고

자식들이 그런 일을 겪기도 한다.

가족 중 몸이 아파 고생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는 흔히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이 '행운'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우연히 찾는 경우도 있고

어떤 사람은  눈을 부릅뜨고 풀밭을 헤집는

수고로움을 통해 네 잎 클로버를 찾기도 한다.

 

그러나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이 '행운'이라는 건 알아도

풀밭에 지천으로 널린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이 '

행복'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세 잎 클로버처럼 평범하고 보통인 삶이야 말로 

행복이 아닐까?

 

우리 삶에서의 '평범함'이야말로

축복이고, 행복이며 행운이기도 한 것이다.

 

난 오늘도 

우리 아이들이 네 잎 클로버가 아닌

세 잎 클로버의 평범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우리 아이들은,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도) 

꼭 '무엇'이 되어서

세상에 우뚝 선 삶이 아니어도

풀밭의 세 잎 클로버처럼 키가 작아도

평범한 삶을 살며 느끼는 비밀스러운 행복을 누리길 빈다.

 

 

 

 

 

 

 

 

[Agnes음성듣기]

기독교의 전설적인 순교 성녀.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Diocletianus)의 박해(304) 또는 발레리아누스(Valerianus)의 박해(258~259)때 순교. 아그네스는 양(혹은 순결)을 뜻하며 처녀 정조의 수호자. 집정관 아들의 구혼을 이미 그리스도와의 약혼을 이유로 거절. 또 우상숭배를 거부하였다 하여 삭발한 채 나체로 사창굴에 보냈으나 즉시 머리가 자라서 전신을 싸고 천사도 흰천으로 나신을 감싸주었다. 화형에서는 기적적으로 면했으나 드디어 참수로 순교하다. 로마 노멘다나 가도 묘소위에는 4세기에 대성당이 건립되어 지금도 그 유적 가까이에 7세기때의 성 아그네스성당(성 다니에제 폴리 에 무라)이 서 있다. 항상 앳띤 어린 소녀로 표현되며 어린 양과 순교도구인 칼을 갖고 때로는 긴 머리가 전신을 감는다. 이로 인해 막달라의 마리아 또는 이집트의 마리아로 혼동되기 쉽다. 예 : 호세 데 리베라 『사창굴의 성 아그네스』(1641 드레스덴 회화관).

[네이버 지식백과] 아그네스 [Agnes] (미술대사전(인명편), 1998., 한국사전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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