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다녀 온 곳 중
내 흥미를 잡아 끈 곳이 있었는데
Death Valley 국립공원 안에 있는 'Bad Water'라는 곳이었다.
물에도 '나쁜 물'이 있다니----
사람이라면 몰라도
물에도 나쁜 물이 있다는 건
참으로 흥미롭지 않은가?
곁길로 십 몇 마일을 들어가야 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다.
신비로운 경치가 펼쳐졌다.
사막에 흰 눈이 내린 것 같았다.
사람들이 그 눈 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는 광경이 눈에 들어 왔다.
차에서 내려 그 눈 쌓인 것 같은 길을 걷기 위해
출발선 앞에 서니 팻말이 하나 눈에 띄었다.
해수면보다 85.5 미터나 낮으며
북 아메리카에서 가장 낮은 곳이라는 내용이었다.
북 아메리카에서 가장 낮은 곳을 걷는
영광을 누렸다.
멀리서 보면 눈 쌓인 것 같이 보이던 길은
실제로 보니 소금으로 이루어진 단단한 얼음 같았다.
아내와 나는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길이 끝나는 곳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 왔다.
내 머릿 속은 온통 '나쁜 물'로 가득했다.
왜 하필이면 '나쁜 물'일까?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은 방문객들을 위헤
설치한 안내판에서 찾을 수 있었다.
옛날에 어떤 여행자가 Mule(노새)을 끌고 길을 가다가
마침 물이 있어서
물을 먹이려고 했는데
이 노새들이 물을 먹으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사람이 물 맛을 보니
완전 소금물이었다.
잔뜩 기대를 했을 텐데
마실 수 없는 물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그 더위 속에서 얼마나 실망스러웠을 것인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그 사람 입에서 나온 말이
바로 'Bad Water'였고
그것이 지명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땡볕 더위 속을 걸으며
지칠대로 지쳐 있을 때
물을 발견했음에도 마실 수 없는 물.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마음 속에 우상을 만드는 경우이다.
이제 환갑을 며칠 앞 둔 나에게도
주변의 누군가는 나라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고 희망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작 마셔 보니
'나쁜 물'이라고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나이 되도록 살았으면
이젠 누구나 마실 수 있는 Good Water'가 되었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한 '나쁜 놈'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니지----
돌아 오는 길에 길에 떨어진
새끼 손가락 손톱만한 소금 덩어리 하나를 입에 넣어 맛 보았다.
짠 맛이 입을 가득 채웠다.
이제 환갑이 며칠 앞이다.
남이 마시고 경험한 내가
'나쁜 물'이나 '나쁜 놈'이 아니고
썩는 것을 막고
음식에 간이 되는
그런 소금 같은 삶을 살아야 겠다는 마음이
입 속에 넣은 소금이 녹듯
그렇게 내 안에 퍼지는 것 같았다.
소금 길이 태양 아래 여전히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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