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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 D1

"여보 몇 시에 일어날 거예요?"


바닷 속 같은 고요하고도 깊은 잠 속에 빠져 있던

내게 아내가 물었다.


"지금 몇 시?"


수면(잠과 물 두 가지 의미) 위로 떠 오른 내가 물었다.


"네 시예요."


나이 들면서 일단 깬 잠을 도로 물리기가 힘이 든다.


다시 잠 속으로 잠수를 하려 몇 번 시도 했지만

수면 위로 떠 오른 나를

다시 밀어 넣는 일이 수월치 않았다.


여행 첫 날.


10 년 전부터 생각해 오던 바로 그 일이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환갑이 되는 해에

대서양에서 뜨는 해를 바라보며 출발해서

미국 대륙을 횡단 하고,

태평양에서 지는 해를 바라 보겠다는 계획이었다.


전 날 흐렸던 날씨가 살짝 개었다.

별이 보였다.

다섯 시가 좀 지나 아파트 근처의 Rockaway Beach로 향했다.


어둔 바닷가의 하늘이

발그스름하게 물이 들 때

우리는 바닷가에 도착했다.


파도 소리가 묵직하지만 경쾌했다.

어두운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누군가가 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는 마치 파도 소리를 낚는 것처럼 보였다.


보이지 않아도 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은 

참 쉽고도 깨닫기 어려운 삶의 지혜다.


이럴 경우 육신의 눈은 아무 쓸모가 없어진다.

오히려 손의 감각이 더 중요해진다.

오감이 서로 작용해서

허상을 만들기도 하고 지혜를 찾기도 한다.


내가 떠나려고 마음 먹은 여행은

무엇을 찾기 위해서일까?


동쪽 수평선 하늘이 점점 밝아 오면서

바닷가로 하나 둘씩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동네 할머니 한 분이

한 손엔 비치 체어를 들고

다른 한 손엔 커피가 든 머그 잔을 들고'

바닷가에 자리를 펼치며 아침 해를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 보였다.


"You have most delicious coffee in your hand,"

나의 말에 그녀는 "Absolutely!"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갑자기 그 할머니의 커피를 나눠 마시고 싶었다.

그 순간 마시는 커피가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울 것 같았다.


구름 때문에 띠를 두른듯한 해가 떠 오르고

곧 아침이 왔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파도를 타는 그 아찔한 두려움을 무릅쓰고

처음으로 서핑을 시작한 사람은 누굴까?

그 어질어질한 두려움을

짜릿한 흥분으로 바꾸며 살아가는 사람들.


루쉰의 말을 잠시 인용하기로 한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낚시를 처음 시작한 사람도,

서핑을 처음 시작한 사람도

길을 처음 만든 사람이다.


내가 가는 길은 누군가가 처음 갔던 길이고

수 많은 사람들이 밟았던 길이다.


나는 그 길을 갈 것이고,

누군가는 나의 발자국을 밟으며 그 자신의 길을 갈 것이다.


보이지 않는 길을

처음으로 걸었던 이에게 고개를 숙인다.


우리는 그렇게 여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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