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독신일기 - 횡설수설

Home Alone


금요일부터 난 다시 독신이다.


수요일에 아내는 친정부모님 뵈러 아리조나로 떠나고

로펌에 인턴을 하기 위해

우리와 함께 지내는 큰 아들은 금요일 오전에 나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일이 끝난 오후에는 친구가 있는 보스톤으로 떠났다.


큰 아들은 화요일까지만

나(우리 부부)와 함께 저녁을 먹고 수요일부터는

밖에서 먹고 밤이 이슥해져서야 돌아 왔다.

그러니 벌써 다섯날 째 혼밥을 하고 있다.


수요일에도 세탁소 일을 끝내고

아파트에 올라와 저녁상을 차려 놓고 아들을 기다리는데

올 시간이 되었는데도 소식이 없는 것이었다.

나는 내 시장기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먼저 밥을 먹으려다 아들의 스케줄을 들여다 보았다.

인턴 첫 날에 들고 온 스케줄에는

일이 끝나고 식사를 하는 스케줄도 있었고

칵테일 스케줄도 있었던 것이 기억 나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수요일 저녁은

저녁 식사가 예정에 잡혀 있었다.


하릴없이 혼자 밥을 먹었다.


목요일에는 친구들과 한인 타운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고 한다.


혼밥.


이젠 제법 익숙해졌다.

큰 아들이 집에 와 있는 관계로

아내가 냉장고를 무엇인지는 몰라도 꽉 채워 놓고 갔기 때문에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았다.


내게 먹는 일은 참 동물적이다.

생활이기 보다는 생존적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아니 먹을 수 없으니

먹긴 먹는데 동물처럼 최소한의 과정만을 거친다.


목요일엔 아내가 반찬집에서 사다 놓은

마파두부를 밥과 함께 후라이 팬에 쏟고

썩썩 비벼서 다른 그릇에 옮기지도 않은 채

프라이팬 채 식탁에 놓고 우적우적 밥을 억었다.


제법 맛이 좋았다.


혼자 먹는 밥이 맛이 없어야 할 텐데 

그리고 아무렇게나 반찬도 챙기지 않고 먹는데도

맛이 좋다는 게 

내가 동물적이라고 이야기 하는 이유이다.


수요일에 아들과 함께 먹을 밥상을 차릴 때는

김치도 접시에 담고

김도 썰어서 그릇에 담았다.


어쨌거나 집에서 혼자 지내는 며칠이

그다지 슬프거나 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무척 중요하다.


오늘 아침은 오전 다섯 시 기상.

뉴저지로 축구를 하러 가야 하기에 알람을 맞춰 놓고 잤다.

잠결에 알람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지?"


알람 소리에 깼지만 정신은 멍한 상태였다.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릿 속이 백지 상태였다.

허둥거리며 가방에 축구를 할 때 필요한 옷과 장비,

그리고 샤워를 한 후에 갈아 입을 옷을 챙겨서

아파트를 나왔다.


하늘에 구름이 가득했다.


축구는 이 주일을 걸렀다.

어머니 날 우리 아이들과의 시간 때문에 빠졌고

지난 주에는 매사추세츠의 Berkshire 지방에 다녀 오느라 빠졌다.

준비 운동을 하는데

가슴과 배 주변살이 흔들렸다.


근육은 풀어지고 살만 남은 육신.


숨이 가빴다.

이 주일의 공백이 점점 더 크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숨이 가쁘니 열심히 뛰질 못하겠다.

내 나이에 이렇게 축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리 않음을 알면서도

공연히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다.


혼자 먹는 밥은 맛 있는데

같이 하는 축구를 하면서 쓸쓸하고 우울해지다니-----

축구가 맛이 없어지기 시작한다.

은퇴를 준비할 시간이 가까워진 것 같다.


샤워를 하기 위해 집에 가는데 전화가 왔다.

아직 운동장에서 멀리 가지 않았으면 같이 식사를 하자는 

같은팀 동료의 전화였다.


이미 집에 다 왔으니

다음에 하자고 답을 했다.


축구를 그만 두는 건 잠시 보류다.


내가 축구를 잘 하지 못해서 

나에게 실망하지만

좋은 사람들과의 시간을 잃기 싫어서이다.


집에 와서 먼저 텃밭을 둘러 보았다.

텃밭 가운데 토끼 한 마리가 여유롭게 상추를 뜯고 있었다.


"그래 너도 맛난 건 좀 먹어야지. 그런데 내가 샤워 하고 나올 때까지만이야."


나는 토끼에게 잠시의 여유를 더 주기로 하고

샤워를 하고 나왔다.


샤워를 하고 나와 보니 토끼는 

그제도 상추를 입에 물고 야물거리고 있었다.


-들어 올 곳이 없는데 어디로 들어왔지?-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그래서 토끼를 쫓으면 들어왔던 곳으로 나라갈 것을 에상하고

토끼를 쫓았다.


그런데 토끼는 철망 사이리를 비집고 도망을 쳤다.

텃밭 둘레엔 철망을 쳤는데

그 구멍이라는 게 가로 세로 각 2 인치 정도 밖엔 되지 않음에도

토끼는 그 구멍 사이를 비집고 나가 도망을 쳤다.


헐!


우리 텃밭의 험란한 앞날이 환시처럼

눈에 보였다.

동네 토끼들이 그 틈 사이로 수시로 드나 들며

호화로운 식사를 즐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토끼도 토끼지만 

점프력 좋은 사슴들은 또 어쩌란 말인가?


초왕실궁 초인득지(楚王失弓 楚人得之)


초나라 왕이 활을 잃었다.

그러나 애통해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초나라 사람이 그 활을 주울 것이기에.


이 말을 들은 공자가 말했다.


"꼭 활을 줍는 사람을 초나라 사람에 국한할 필요가 있겠는 가?

더  이상적인 것은 '왕이 활을 잃어버리고 사람이 그것을 줍는다.' 이다."


우리(아내)가 텃밭을 일구고

토끼와 사슴이 그 채소를 먹는다?


노자 식으로 말 하자면

우리 텃밭의 채소를 꼭 사람이 먹지 않고  

동물이 먹어도

자연 순환의 일부라인 것이다.


내가 노자가 아님을 한탄해야 하나?


아무도 살지 않는 우리집 장미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예쁘게 피었는데-----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신일기 - 흙수저도 없어서  (0) 2017.06.02
독신 일기 - 횡설수설 2  (0) 2017.05.30
때론 돌아서, 때론 멈추어 서서 2  (0) 2017.05.25
가족 사진 - 20년 , 그 세월  (0) 2017.05.17
미남 경호원  (0) 2017.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