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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엔 매사추세츠 주의 Lenox라는 곳을 다녀왔다.
운전해서 세 시간 걸리는 곳.
세탁소의 보일러가 지난 주 말썽을 부려서
그걸 해결하는라 토요일 출발이 늦어졌다.
그런데 White Stone Bridge로 가는 길이 꽉 막혔다.
30초 정지, 1 미터 전진.
다리에 가까워질수록 그 인터벌이 점점 길어졌다.
"다시는 주말에 움차를 타고 움직이지 않으리라."
내 속은 답답함으로 부글부글 끓어올라서
머리가 띵했다.
그러나 어쩌랴,
차를 돌릴 수도, 그렇다고 차에 날개가 달린 것도 아니니
고우 스톱을 반복할 도리 밖엔 없었다.
25 분 정도면 건널 수 있는 다리를 지나는데
한 시간 반을 소비해 버렸다.
다리를 건너고 나니 교통 상황이 좋아졌다.
결국 교통 체증의 원인은 다리 통행료 때문이었다.
시내를 벗어나 교외로 들어서니
온통 초록 세상이었다.
어느새 성큼 여름이 오고 있었다.
손톱만하던 나뭇잎들이 이젠 아담과 이브가
부끄러운 곳을 가릴 수 있을 만큼 자라 있었다.
교통 체증 때문에 막혔던 내 가슴도 뻥 뚫렸다.
출발할 떼 차의 gps엔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곳으로
설정을 해 놓았는데
역시 우리의 기대대로 시골길을 달리게 되었다.
곳곳에 "DO NOT PASS'라는 교통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길도 이리 휘고 저리 굽어지고
가는 길과 오는 길 단 두개의 좁은 도로가
노란 선 두 개로 분리되어 있었다.
주위는 온통 초록 세상이었고
코넥티컷의 어느 마을에서는
강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고 개울이라고 하기엔 너무 큰
하천과 한 동안 함께 가기도 했다.
아름다운 경치에 눈을 주기엔 길이 험해서 아쉬웠다.
그런데 가다 보니 반가운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Covered Bridge'
지붕이 있는 다리였다.
나무로 된 구조물을 보호하기 위해
지붕을 씌운 'covered bridge'는
클린트 이스트 우드와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영화
'Bridges of Madison County'에서
처음 보았다.
그 다리를 찍으러 왔던 사진 작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그 곳에 살던 평범한 가정 주부 메릴 스트립과의
며칠 간의 사랑,
그러나 평생을 가는 그 사랑의 기억을 만들어 준
뚜쟁이 역할을 했던 것이 바로 'covered bridge'였다.
'covered'
남편은 물론이고 자식들조차 눈치 채지 못 단 한 며칠간의 사랑.
그 비밀스런 사랑이 바로 'Covered bridge'로
상징되었던 것은 아닐까?
비밀과 사랑을 이어줌.
바닥이 나무로 되어 있는 그 다리를 지날 때
울퉁불퉁하는 소리가 났다.
바닥에 깔린 나무들이 불평하는 것 같아
천천히아주 조심스럽게 운전을 해야 했다.
그 다리는 1700년대에 처음 축조되어
홍수로 몇 번 무너진 후
1800 년대에 다시 완공을 보아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커넥티컷에서 두 번 째로 오래 된 'covered bridge'로
지금은 국가 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거기서 한 동안을 머물렀다.
그리고 다시 출발.
다리를 건너는 바람에
우리의 여정은 늦어졌고 처음 계획했던
길의 방향도 변경되었다.
십여 분 시골길을 가다 보니
고요한 늪이 보이고 주변의 들꽃들도 하늘거리며
우릴 맞았다.
지역마다 다른 풀꽃들을 만나는 것도
시골길이 주는 재미의 하나였다.
그리고 다시 출발.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경사진 넓은 녹지가 눈에 들어왔다.
흰 꽃 같은 것들이 언뜻 눈에 비쳐서
차를 세웠다.
그냥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나는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보았던,
그리고 앞으로 볼
민들레 홑씨보다 더 많은 민들레 홑씨를
한 날, 한 곳에서 보았다.
경이로움이 그런 것을 표현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다시 출발했다.
다리를 발견하고 다리를 건너는 바람에
우리는 30 분 정도를 허비했다.
그러나 그 허비는 단지 시간을 날려 보낸 것이 아니라
경이로운 광경에 대한 투자였다.
사실 여행의 목적지인 Lenox에선
별다른 감흥이나 감동이 없었음이
솔직한 내 고백일 수 밖에 없다.
가장 빠른 길을 두고
천천히 돌아가는 길을 선택한 것이
경이로움을 경험하게 했다.
빠른 직선을 선택하지 않고
다리를 지나 휘어진 곡선을 택해
천천히 가는 길을 가다 보니 일생 경험하지 못한
풍광을 만나 두고두고 기억 될 시간을 보냈다.
길이라는 말과 도로라는 말.
아무래도 도로는 직선으로 뻗어서
빠르고 효율적인 느낌이다.
그러나 길은 생긴대로 자연스레 휘어진 느낌이 든다.
그러니 길을 따라 천천히 가다 보면
도로에서 보지 못하는 보물들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바쁜 현대 생활을 살아가면서도
때론 돌아서,
때론 멈추어서서
천천히 길을 가는 범을 배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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