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Hanami (꽃구경)

'Hanami'


일본어로 꽃구경이라는 말인데 

일본어에 무지한 내가 이 말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Brooklyn Botanic Garden에서 보내온 이메일에서 였다.


벚꽃 축제를 한다는 것이었다.

마님께서 식물원 회원 가입을 한 까닭으로

그 곳에서의 행사 안내를 회원들에게 이메일로 한 것이었다.


우리 세탁소는 벚꽃이 필 무렵부터

정신 없이 바빠져서

나는 Brooklyn 식물원의 벚꽃 광장에 활짝 핀

벚꽃 구경은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는 어쩐 일인지 우리 세탁소가

걱정스러울 정도로 한가하다.

그래서 지난 토요일 벚꽃구경을 감행(?)했다.


4월 말에, 그것도 토요일 오후 백주 대낮에

거리를 활보한다는 것이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다.


식물원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인산차해였다.

거리가 온통 차량과 사람으로 덮여 있었다.


인내의 심지가 거의 다 타 들어간 후에야 

겨우 주차장에 주차를 할 수 있었다.

표를 사기 위한 줄이 주차장까지 길게 늘어졌다.

간간히 일본과 관련된 복장을 한 사람들이 눈에 띄어서

할로윈 데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회원들은 옆문으로 통과할 수 있었다.

먼저 발길을 벚꽃 광장으로 향했다.

벚꽃 광장은 벚꽃과 사람, 그리고 공연을 위한 무대로

꽉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사이사이 빈 땅에는 

떨어진 벚꽃잎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스스로 상식적이교

비교적 편견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그런데 이런 평가가 일본과 관련된 것이면

슬그머니 무너지고 만다.

일본= 나쁜 나라라는 식의 사고가

나를 지배한다.


그런데 일본이라는 나라는

좋게 말하면 아주 영리하고

나쁘게 말하면 간교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본의 근대 역사는

누구나 아는 것처럼 침략과 만행으로

그득 채워져 있음에도

일본인들은 그것을 아주 교묘하게 

문화적으로 위장을 한다.


피렌체에 갔을 때 Rose Garden이라는 곳을 다녀왔는

그곳에도 일본 사람들은 일본식 정원을 만들어

그 도시에 기증을 했다.

다른 깃발과 어울리며 일장기도 

아주 당당하게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일본사람들은 Brooklyn Botanic Garden의 심장부에도

Japanese Garden을 만들어

이 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조용한 기쁨을 선물하고 있다.


Brooklyn Botanic Garden엔 여러 종류의 벚꽃이

봄이면 도화선의 불꽃처럼 

순서를 달리하며 연달아 피어난다.

겹벚꽃이 절정일 때 'Hanami'라는 축제을 연다.


(벚)꽃 구경과 함께 

일본의 춤과 음악 공연이 어우러져

식물원은 말 그대로 왜색(色) 천지가 되고 만다.

많은 사람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이 일본과 관련된 복장을 하고 있는데

일본 사람들이 아니라 눈 파랗고

머리가 노란 사람들이다.


이미 미국 사회에 깊이 젖어든 일본의 문화 때문에

속도 상하고 축제를 축제로 즐기지 못 하는

내가 답답해지기도 한다.


우리 가게 손님 중에는 내 나이 또래의 일본 여성이 있는데

얼마나 싹싹하고 귀여운지,

시간을 한 40 년 뒤로 돌려 놓을 수 있다면

함께 꽃구경 가고 싶을 정도이다.

이렇게 개인으로 만나면 살가운 관계를 맺을수도 있는게 일본 사람인데

일본이라는 집단으로 묶어 놓으면 

왜 그리 가시나무처럼 가까이 하고 실지 않은지 모르겠다.

그 여인을 보면 일본에 대한 편견이

스르르 녹아버리는데도 말이다.


이 모든 생각들이 상식적이지 못하고

비 논리적이며 비 상식적인

나만의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언제나 아무 생각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Hanami'축제에서

벚꽃을 바라볼 수 있을까?


-어쨌거나 부인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벚꽃은 거기 있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요일 일기 - 꽃 지다 꽃 피다  (0) 2017.05.08
Pondside Park 한 바퀴  (0) 2017.05.05
사랑이 열리는 텃밭  (0) 2017.05.03
범죄의 추억-기억 하나  (0) 2017.04.26
손녀 Sadie의 축구 연습  (0) 2017.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