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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Pondside Park 한 바퀴

일요일 아침 축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니

한 시간 채 못 되는 짜투리 시간이 생겼다.

우리 집 길 건너에 있는 Pondside Park로

자연스레 내 발걸음이 옮겨졌다.


아이 둘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가

공원 입구의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구름이 흘러가는 것 같은 시간.


내 젊은 날에는 구름이 흘러가는 걸 볼 여유가 없었다.

물 한 모금 먹고 

하늘 한 번 처다 볼 여유.


그래서 저런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알게 되었다.






연못을 중심으로 둘레길이 있고

둘레길 옆 풀섶엔 

풀꽃들이 한창이다.


눈길 주는 이 없어도

때가 되면 피었다가

또 때가 되면 스스로 모습을 감춘다.


누가 보아 주지 않아도-----







저 핑크빛 꽃나무 이름이 무얼까?

예쁜 사진 찍으려고 마음을 먹은 지가 10 년이 넘었어도

기회가 오지 않는다.

올해도 그러하다.




초록빛이 주는 산뜻함.


내 몸이 파릇파릇. 싱싱해지고

또 신선해지고,

그리고 신성해지는 것 같다.


초록빛을 보면----





물 위엔 거위들이 구름처럼 떠 다니고

물 속엔 물고기들이 또 그리 다닌다.

가끔씩 물 속이 답답한 녀석들은

물 위로 펄쩍 뛰어 올라

날 놀라게 한다.

내 팔뚝만한 녀석들이 말이다.




저 아이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

먼 훗날 저 아이는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는 

기억하지 못 할지도 모르겠다.

가족과 함께 했던 시간의 따뜻한 온도만 기억할 지도 모른다.


시간이 아주 멀리 흘러가고 난 뒤 

그 따스했던 시간이 생각나서

기억이 눈물로 흘러내릴지도 모른 시간.


아, 구름같은 시간이 흘러간다.




큰 나무꽃 아래

여러가지 풀꽃들이 피었다.


사람들은 잘 보이는 것에 눈길을 준다.


나는 작은 풀꽃들과 눈 맞추는 재미에 빠진다.

종알종알 내게 이야기를 거는 것도 같고

때론 까르르 하고 웃는 소리도 들린다.


사랑은 눈을 맞추는 일.


때론 까치발을 해야 하고,

때론 무릎을 꿇어야 하고

배를 땅에 대고 넙죽 엎드려야 할 때도 있음을---------


그런 의미에서

우리 아이들,

그리고 손주들,

그리고 풀꽃들은 내게 사랑을 가르쳐 주는 선생이다.


구름같은 시간이 흘러갔다.

초록물에 흠뻑 젖어서 집에 돌아온 

그 날, 

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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