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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 이야기

민기 만나러 가던 날 1

2011년 10월 5일 수요일.

South Carolina의 Parris Island에 있는
미 해병대 신병훈련소로 향했다.
다음날 있을 Family Day 와
또 금요일에 있을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미 해병대 츨신의 어떤 손님 하나는
Parris Island라는 말 대신
'Paradise Island'이라는 말로 그 곳의 혹독한 훈련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기도 한 곳이다.

7월 11일 집을 떠난 지 13주만에 드디어 Boot Camp를 마치게 되었다.
그 동안 편지를 통해서 우리 막내 민기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 있었다.

민기에 관한 모든 일은 둘째 딸 지영이가
Coordinate했다.
훈련일정이며 훈련병들이 생활내용 같은 것을
아주 소상히 꿰고 있었다.
유독 막내 동생을 귀여워 하더니
막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모든 걸 생각하고 준비했다.
민기가 좋아하는 과자도 종류별로 준비해서 푸짐하게 짐을 꾸렸다.

우리 아이들 뿐 아니라
열 셋이나 되는 민기의 사촌들에게 민기에게 위문편지를 쓰도록
거의 협박을 하다시피 했다.
하기야 세 살짜리 영서까지 그림을 그려 보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리고 지영이는 하루도 빠짐없이 민기에게 편지를 썼다고 한다.
관심과 사랑이 이 모든 일들을 이루어 낸 것이다.

혼자 가는 길 같지만 보이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가는 것이 우리 삶인 것 같다.

떠나던 날 새벽, 집을 나서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은 가을로 가득했다.
가을은 밤하늘의 별들에게 먼저 찾아오는 것 같다.
가을이 되면 여름내 흐릿하던
별빛부터가 또랑또랑해진다.
가을바람은 여름동안 별들에게 묻은 먼지를
그 무엇보다도 제일 먼저 털어버리는 겻은 아닐까.

아내와 둘째 지영이와 셋째 선영이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이 한 차로 출발했다.
큰 딸은 사위와 함께 우리보다 한 시간 전에 이미 출발을 한 상태였다.
큰 아들은 수업 때문에 다음 날 아침에
비행기를 타고 우리와 합류할 예정이었다.

사실 이 몇 달 우리는 이산 가족이라고 해도 좋을 상태였다.
결혼한 큰 딸이야 당연히 따로 산다고 해도
아내와 난 일터가 있는 아파트에서, 둘째도 아파트에서,
큰 아들은 Maryland 대학에서, 그리고 막내는 훈련소에서 살고 있다.
맨하탄에 직장이 있는 셋째만이 집을 지키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뿔뿔히 흩어져 살고 있긴 하지만
민기로 해서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었다.
귀에 염증이 생겼다는 소식엔 함께 걱정했고
사격 성적이 뛰어나다는 소식엔 한 마음으로 기뻐했다.
멀리 헤어져 살아도
마음은 하나였다.
우리는 한 식구이니까------

석달 동안 모두 모일 수가 없었던 우리 가족이
함께 하기 위해서 South Carolina로 향하던 마음은
설렐 수 밖에 없었다.

그 설레임의 촛점은 당연히 민기였다.

민기를 만나기 위해
우리 모두는 모든 일과 책임을 옆으로 미루어 두고
각자 다른 곳에서 한 곳으로 가고 있는 것이었다.

누군가를 위해
모든 걸 뒤로 하고 떠날 수 있는 마음을
우리는 사랑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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