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사랑의 본질인가 보다.
저 쌀쌀한 바람을 이기고서 있게 하는힘이야 말로
사랑이 아닐까.
설레임과 함께 기다림의 본질은 기다림이다.
사랑할 줄 안다는 것은
기다릴 줄 안다는 말과 동의어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기다렸다.
훈련병들이 자기 위치로 들어오고 있다.
이곳에서 모여 몸을 풀고 4마일을 달린다.
목말을 탄 저 아이도 기다림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저 아이의 그리움의 키는 얼마만 할까.
체조 대형으로 늘어 섰다.
그런데 도대체 우리 아들은 어디 있는 걸까.
그리운 막내 아들.
아들의 얼굴이 보이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
눈물도 사랑의 본질일까.
아무런 생각도 없이 흐르는 눈물은 순수함이다.
순수함 또한 사랑의 본질일 것 같다.
사위 Robert도 시간을 내서 우리와 함께 했다.
희생 또한 사랑의 한 본질일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사랑은
참 많은 것이 녹아 있는 그 무엇이다.
드디어 달리기 출발.
빨간 T-Shirts 입은 여자가 훈련소 소장인 Reynold 해병 준장.
옆에 선 사람들은 대대장.
언제 오나.
기다림에 목은 길어지는데----
OORAH-훈련 조교들이 으르렁 거리는 소리(미 해병대원들은 다 아는 소리임)
Ming-막내 아들의 애칭.
우리 식구들.
사위 Robert, 아내, 큰 딸 소영, 셋째 선영, 둘째 지영.
큰 아들은 Maryland에서 비행기를 타고 떠났는데
언제나 오려나.
아침이 밝아 왔다.
뛰는 훈련병들 어깨 위로 햇살이 내려 앉고 있었다.
살아가는 동안 어깨 위에 내려 앉는
햇살의 무게때문에 얼마나 많은 위로를 받았는지----
아마도 저 아이들도 힘든 훈련 중에 그 무게를 느꼈을 것이다.
그 햇살의 무게에 가족들의 사랑도
함께 내려 앉음을 그대들은 아는지.
딸들의 입술이 차다.
추위를 견디며 서 있는 힘이 곧 사랑인 것을------
딸들아, 너희들이 동생을 기다리듯
엄마와 아빠는 늘 너희를 기다린다.
자식들을 떠나보내고
또 기다리는 일이 부모됨의 주 임무인 것을
너희들도 곧 알게 되겠지.
그렇게 너희들을 보내고 또 기다리면서
시간은 흐른다.
그렇게 하나를 보내고
또 하나를 기다기다 보면
누구의 세월에도 서리가 내리는 계절이 온다.
그것이 삶이다.
바람이 차다.
바람 불고 추워도 엄마 아빠는 언제까지나
서서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