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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마시멜로우와 꽁치조림

마시멜로우와 꽁치조림 


마시멜로우 이야기를 잠시 인용하기로 한다.


1960~70년대에 스탠퍼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월터 미셸이 실시한 유명한 실험에서, 취학 전 어린이들은 작은 책상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방 안에 초대되었다. 책상 위에 있는 것은 마시멜로 두 개와 종(bell) 하나.

연구자는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난 바빠서 잠깐 나가봐야겠어. 나중에 내가 돌아왔을 때 마시멜로 두 개를 다 줄 테니 기다려. 혹시 그 전에 마시멜로가 먹고 싶으면 종을 울리고 하나만 먹으렴. 하지만 하나를 먹으면 그걸로 끝이야. 두 개를 다 먹으려면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 연구자는 이 말을 남기고 방 밖으로 나갔다. 방문은 굳게 닫혔고, 어린이들은 금단의 마시멜로와 함께 방 안에 남겨졌다.

어떤 어린이들은 불과 1분 만에 종을 울리고 마시멜로 하나를 먹어치웠고, 어떤 어린이들은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눈을 가리고 노래를 부르고 책상을 걷어차면서 딴청을 부렸다. 꾀가 많은 어린이는 어찌어찌 해서 낮잠을 잤다. 결국 1/3의 어린이들은 참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먹고, 나머지 2/3는 끝까지 참았다.

그런데 이 실험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바로 다음과 같은 부분이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실시된 2차 연구에서, 유혹을 이겨낸 어린이는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어린이들보다 몸매가 날씬하고 사회 적응을 잘하게 됐을 뿐 아니라, SAT에서 210점이나 더 많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한 순간의 유혹을 참은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니 몸매도 날씬해졌고

사회적으로도 성공을 했다는 이야기다.


기다림의 미학,

삶에서의 숙성과 발효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실험이고 

교훈이 담겨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홀아비 생활이 일주일이 다 되어간다.


아내는 크리스 마스 새벽에 

친정 부모님이 계신 아리조나로 떠났고

방학과 휴가를 맞아 집에 와 있던

두 아들도 목요일에 아리조나로 날아갔다.


'Home Alone'


한 두 차례 있는 일도 아니고

이젠 혼자 있는 것도 제법 이력이 나서

독신생활에 제법 틀이 잡혀간다.


그런데 아 나이 되니

독신 생활이 홀가분함이라는 잇점이 있음에도

먹는 일을 해결해야 하는 것 때문에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언제부터인지 아내는 집을 떠나면서

곰국 끓이는 일을 멈추었다.

이제 날 다 키웠다고 생각을 하는 것인

아니면 자기도 힘에 부쳐서 그러는지 모르겠다.

이도 저도 아니면 나의 잠재력을 이끌어 내어

만약의 사태(?)에 적응하도록 나를 훈련시키려는 

눈물 겨운 의도가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제 저녁은 꽁치 통조림을 이용한

꽁치 조림을 해서 한 끼를 행복하게 때웠다.

미리 아리조나의 아내에게 부탁해서

얻은 레시피를 거의 그대로 따라서 했다.


나는 웬만해서는 생선이나 게 같은 걸 먹지 않는다.

뼈 발려 먹는 것이 귀찮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조림 안의 생선은 뼈가 흐물흐물하니

그냥 씹어먹을 수 있어서 꽁치 통조림은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이다.


그러나 문제는 조림을 하려면

이것저것 양념을 하고 졸여야 하는 일이 너무 귀찮은 것이다.

그래도 마시멜로우 이야기에서처럼

기다리는 미학을 통해서 미각의 환희를 느끼기 위해

나는 배고픔을 참고 시간을 조리기 시작했다.


먼저 양파를 썰어서 뚝배기 바닥에 깔고

그 위에 통조림 깡통을 뜯어 꽁치를 쏟았다.

그런데 양념 간장이 문제였다.

만들기가 귀찮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잠시 머리를 굴렸다.

머리는 생각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 말이다.

냉장고 안에 깻잎을 간장에 졸여 놓은 것이 있음을 기억해냈다.

바로 그 간장을 덜어내 투가리에 투하했다.

고춧가루와 마늘 갈은 것도 함께 넣었다.


약한 불에 15 분을 졸였다.


15분의 시간이 마술을 부렸다.

시간이 이뤄낸 기적.

내가 만들어 놓고 내가 기막힌 맛,

그 기적에 푹 빠졌다.


허기를 15 분을 참고 만들어낸 꽁치 조림의 결과는

밥을 두 그릇이나 해 치우게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마시멜로우 이야기에서는

참고 기다림으로 해서 몸매가 날씬해지고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지만

내 꽁치 조림 이야기 이야기는 다른 결론이 날 것 같다.


너무 맛 있는 꽁치 조림 때문에

밥을 두 그릇이나 먹었으니

비만 걱정을 해야 할 것 같다.


마시멜로우를 기다렸다 먹으니 

날씬한 몸매를 갖게 되었다고?


개뿔!


오늘부터는 무소의 뿔처럼

내 식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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