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날,
너무 일찍 일어났다.
언제부터인지 잠이 깊이 들지 못 한다.
더군다나 날씨가 쌀쌀해지면 아랫도리가 서늘해서
잠을 자다가 깨곤 한다.
젊은 시절엔 입지 않던 파자마를 입고 자도
추위를 느낀다.
뜨끈한 온돌이 생각나는 요즈음이다.
토요일 집에 들어오니 너무 쓸쌀(쓸쓸 + 쌀쌀)했다.
집 안이 집 밖보다 더 추운 것 같았다.
허전하게 하룻밤을 지냈다.
축구를 하러 나섰다.
밖은 화씨 39도.
전혀 춥지 않은데 왜 집 안은 그리 쌀쌀한 걸까?
집 안의 온도는 아무래도
사람의 온기가 있어야 비로소 따뜻해지는 것 같다.
집의 크기가 클수록 더 그러한 것 같다.
축구장의 잔디는 겨울을 지나고
막 해동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파릇하지는 않아도 발 아래 포근한 느낌이 보드라운 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난 주일 대자 면회를 가느라 축구를 거른 까닭인지는 몰라도
뛰는데 조금 힘이 부쳤다.
그래도 새해 첫 축구를 하면서
한 골을 넣었다.
내가 있는 오른 쪽으로 길게 날아오는 크로스 볼을 받아
10여 미터 드리블 해서 골을 넣었다.
환갑을 맞는 올 해 이렇게 축구를 할 수 있고
골까지 넣을 수 있는 건강을 가지고 있는 것이 감사했다.
누군가가 비디오로 찍었다면
두고두고 보아도 질리지 않을, 그런 장면이었다고 자부한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커피를 두 잔 마셨는데
유난히 커피 맛이 좋았다.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구상했다.
11시 큰 처남 집에서 모여 세배를 하고 떡국을 먹는다고 하니
일단 아침 겸 점심은 거기서 해결하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세배가 끝나면 나 홀로 하이킹을 다녀 오리라 마음 먹었다.
허드슨 강가를 호젓하게 걸으며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였다.
혼자 걸으면 길은 내 속으로 걸어 들어와
나게 많은 영감을 주곤 하기 때문이다.
세뱃돈을 챙겼다.
대학생들은 $100., 고등학생 &50., 초 중생은 $20.
애기들은 $ 10
전부 합치니 합이 $650.
지갑이 헐렁해졌다.
(비워야 새로 채워지긴 하지만 요즈음 새로 채우기가 쉽지 않다.)
처남 집에서 아이들 세배를 받고
떡국을 먹었다.
즐거운 시간.
우리집 아이들 중에는 큰 딸과 손주 둘, 그리고
셋째가 전부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가진 아이들은
더 이상 세뱃돈을 받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까닭인지
휴가를 떠나기도 한다.
윷놀이를 하자고 하는데
몸이 피곤하고 졸음이 쏟아져서
나는 집으로 돌아 왔다.
잠시 눈을 붙이고 혼자 하이킹을 갈 요량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잡시 쉬려고 하는데
옆 동네에 사는 남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맞다, 조카 하람이의 세배가 아직 남았다.
동생 집으로 갔다.
내가 찾아가서 세배를 받는데
아직 한 번도 세배를 받은 적이 없다.
하람이가 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배를 하지 않아도 세뱃돈은 꼬박 준다.
세배를 꼭 받아야 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세배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아이에게 하라고 강요를 해서
스트레스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하람이가 윷판을 깔았다.
윷놀이 한 판 하자는 뜻이었다.
작년에도 윷놀이를 해서 내가 이겼다.
내가 특별히 윷놀이에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하람이와 놀면 지금까지 늘 이겼다.
어린 조카에게 번번이 이기는 것도
면이 안 서는데 또 이기고 보니 민망했다.
장난으로 5달러 내기를 했는데
게임에 진 하람이의 표정이 변했다.
하람이 돈과 내가 걸었던 판돈까지 다 주고
연습 열심해 해서
내년엔 큰 아빠를 꼴 이기라고 당부를 하고 집으로 돌아 왔다.
저녁 6 시 미사를 마치고
부르클린으로 돌아 왔다.
돌아오는 길에 클로스터에서
'혼밥'을 했다.
혼밥을 해야 하는 경우는
대개 버거 킹 같은 패스트 푸드 점의 drive through를 이용한다.
혼자 먹는 것이 어색하고 겸연쩍기 때문이다.
고등어 구이와 된장찌개.
혼자 먹기엔 좀 과분한 식단이지만
새해 첫 날이고
혼자 있는 나를 잘 대접하고 싶어서
호사를 부렸다.
새 해 첫날,
어떤 결심을 할 여유도 없이 지나갔다.
그렇게 올 한 해도 지나갈 것 같다.
축구를 하러 가다 만난 집.
단순한 불 빛 장식인데
동화 속의 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윌리암스버그 다리를 건너기 전
차들은 붉은 빛을 뒤에 남기고----
빛이 시간 같다.
내 뒤에 남겨지는 시간도 저런 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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