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멈추어 서서 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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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ie와 함께 했던 그 시간은
자칫 어두울 수도 있는 11월 말에
행운처럼 우릴 찾아온 기쁨이고 축복었다.
11월 말이긴 하지만
어깨 위에 내려 앉는 햇살의 무게가 기분 좋은 일요일 오후에
아내와 함께 손녀 Sadie를 데리고 동네 놀이터에 나갔다.
집에서만 지내던 Sadie는 모처럼 넓은 공간에서
그네와 미끄럼틀과 시소(See-Saw)를 오가며
얼마나 즐거워하는 지 옆에서 보고 있는 우리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깔깔 거리는 Sadie의 웃음소리가
햇살에 묻어 놀이터에 음악처럼 번졌다.
그런데 놀이터엔 s 자 모양의 평균대 같은 것이 있었다.
물론 두살배기 Sadie가 평균대에 혼자 올라갈 수도 없으려니와
설사 올라갔다 손 치더라도
스스로 일어서서 걸을 수는 없는
그런 종류의 놀이기구 였다.
말하자면 평균대는 Sadie 혼자서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과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아내는 Sadie를 들어 평균대에 올리고
옆에서 손을 잡고 조심스레 함께 걸었다.
그리고 그 길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Sadie를 안아 지상에 내려주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도 따지고 보면
평균대 위를 걸어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 길이 시작되는 곳에서
누군가가 나를 삶이라는 평균대 위에 올려 주고
한 동안 내 손을 잡고 조심스레 함께 걸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지점부터는 내 혼자 걸었을 것이고
또 어느 순간부터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처음부터 혼자 힘으로 걸었던 것처럼
우쭐대며 열심히 앞만 보며 지금 이 자리까지 걸어왔을 것이다.
그러나 기억하지 못할지 언정
내가 처음 삶이라는 평균대 위에 섰을 때
나를 그 위에 올리고
옆에서 손을 잡고 함께 했던 그 누군가가 분병히 있었을 것이다.
앞만 바라보며 열심히 걸어가는 내 등 뒤에서
때론 흐뭇하게, 때론 걱정스러운 눈을 떼지 못했던
존재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앞만 바라보고 가는 내게
서운한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 첫날,
앞만 보느라 뒤를 돌아보지 못했던 나의 무심한 눈을 돌려
내가 삶의 평균대 위에서 첫 걸음을 떼었던
그 자리를 바라본다.
그리고 올 해 첫날의 발걸음을 떼었던 시간도 돌아 본다.
그 자리에 함께 했던 존재들.
오늘은 옆에서 함께 걷는 이들에게도 고개를 돌려
따뜻한 눈빛으로 나의 고마움과 사랑을 전하고 싶다.
더 늦어 이 12월 마저 다 가기 전에----
우리 Sadie도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걸을 수 있는 때가 되어도
가끔씩은 그 자리에 멈춰서서
첫 발자국을 떼었던 곳에 있었던 존재들과
또 함께 옆에서 걷는 이들에게
고개 돌려 손 흔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12월 첫날,
첼로의 선율처럼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