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추수 감사절 (Thanksgiving Day).
해병대에 있는 막내 아들 빼고
식구들이 다 모였다.
우리 부부와
큰 딸 부부, 그리고 손주 둘,
둘째 부부,
셋째와 남자 친구 Dan
큰 아들.
세어 보니 열 셋이다.
서양에서는 13이라는 숫자가 불길한 것으로 인식되어 있지만,
(최후의 만찬 자리에 있던 사람의 수가 13이라는 데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나는 그리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13은 흔히 Baker's Dozen이라고 해서
우리 동네에의 베이글 집에가서
베이글 한 더즌을 사면 하나는 덤으로 얹어 준다.
그러니 숫자 13은
인정, 혹은 인심이 묻어나는 숫자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니 아이들이 우리 집에 함께 살 때에는
일요일 아침 베이글 집에 가서
난 늘 한 더즌의 베이글을 주문하곤 했다.
아무리 우리 식구가 많다고 한 들,
그리고 아이들이 아무리 많이 먹는다고 해도
한 끼 아침 식사로 베이글 열 세개는
아무리 생각해도 좀 많다고 할 수 있어도
굳이 열 세개의 베이글을 집으로 들고 오는 것은
열 두 개의 베이글에 그냥 얹혀지는
무상의 인정 때문이다.
공짜 베이글 때문에 무게 또한 늘어난
열 세개의 베이글을 무슨 개선 장군이나 된 것처럼 들고 오곤 했던
지난 시절의 추억이 저녁상을 준비하느라
피어오른는 음식 냄새와 함께 솔솔 피어 올랐다.
그러니 내 배는
저녁을 먹지 않아도 좋을 만큼
저녁상이 준비되기도 전에 불러 왔다.
그리고 또 하나 '13이'라는 숫자가 따스하게 느껴지는 것은
장모님과의 추억 때문이다.
http://blog.daum.net/hakseonkim1561/1018
결혼 전 아내의 집에 갔을 때
장모님이 깎아주신 사과를 열 세개를 먹은 기억이 있다.
한 더즌의 사과에
하나를 더 얹어서 깎아주신
장모님의 사랑.
그러니 내게 13이라는 숫자에는
이래저래 사랑과 인정이 담겨 있으니
나와의 인연이 결코 가볍다 할 수 없을 것이다.
풍성하게 차려진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으며
추수감사절 이후에 늘어날 몸무게 걱정을 잠시 했다.
그러나 다시 조심하면
몸무게는 다시 줄어들 것이다.
내 육신의 몸무게는
지금으로도 좀 지나치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마음의 무게는
그렇지 못 한 것 같다.
그래서 올 해의 추수감사절엔
육신의 몸무게는 말고
누군가가 나에게 열 두 개의 무엇인가를
달라고 할 때,
그 열 두개에 하나를
덥석 얹어줄 수 있는
넉넉한 인정과 사랑이 담긴 마음의 무게만
많이 늘면 좋겠다는 생각을
정성과 감사의 마음이 담긴 음식을 먹으며
꾸역꾸역 하고 또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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