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3일은 내 생일.
워낙은 음력 9월 1일이 내 생일이고
모든 서류의 공식적인 생일도 그냥 9월 1일이다.
10여년 전부터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내가 태어난 해의 음력을 양력으로 계산해서
10월 23일을 내 생일로 기념하게 되었다.
늘 그러하듯, 난 생일을 잘 기억하지 못 한다.
어려서부터 생일에 크게 대접을 받은 기억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기대를 했다가
아무런 소득이 없을 것을 두려워 해 기대감을 억눌러서 였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후자가 맞을 것 같다.
1년 365일 중 여느 하루처럼 평범하기만 한 내 생일이
특별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마님 덕이다.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미역국을 끓여 주었고
카드와 더불어 초콜렛을 선물하는 마님은
아이들이 큰 다음엔 아이들도 은근히 닥달해서
아빠의 생일을 경축하도록 한 것 같다.
그렇다,
난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 것이다.
스스로 소중해져야 남도 소중한 법을 알기 때문이다.
내 생일이 뭣이 중허냐고?
그걸 알아야 남도, 남의 생일도 중함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10월 23일 일요일.
축구를 다녀 와서 동서 부부와 길을 나섰다.
금요일 토요일 이틀 연속으로 내리던 비가 그치고
비에 말끔히 씼겨서인지
가을 햇살이 아주 맑고 따스했다.
우리의 행선지는 뉴욕 업스테이트의 더체스(Duchess) 카운티에 있는
Pawling이라는 마을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조지아 주의 Springer Mountain과 메인 주의 Mount Katahdin을 잇는
2,200 마일 (3,500Km)의 하이킹 트레일의 아주 작은 한 부분을 걷기 위해
그 마을로 향한 것이었다.
Appalachian Trail은 북쪽은 메인 주에서
남쪽의 조지아 주까지 14개 주에 걸쳐 있다.
2014년에는 Appalachian Trail의 한 구간을 걸은 사람이
최소 200만이 넘었다고 한다.
그리고 종주를 한 사람은 2,700명 이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갔던 길을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
'Yoyo'라고 한다.
실제로 우리가 걷다가 만난 사람 중에는
종주를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테네시 출신으로 몇 달 전에 집을 나서서
지금까지도 길 위에 있다고 한다.
그 사람은 혼자였다.
적어도 한 계절을 온전히 혼자가 되어
길 위를 걸으며 지내는 건 어떤 삶일까?
나는 올 해 내 생일에 미역국을 먹지 못 했다.
더군다나 마님은 내게 늘 하던 생일 카드도 생략했다.
가을로 가는 트레일에 함께 걸어주는 걸로
생일 선물 퉁치자고 했다.
아무러면 어떤가.
혼자 걷는 길에
어느 구간 동안 함께 걸어주는 동무가 있다는 건
참 다행하고 축복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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