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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세탁소 손님 이야기




파란 색 실크 연미복과

하얀 드레스 셔츠 한 장을 가지고 와서

세탁을 해 달라고 할 때까지는

그가 음악을 하는 사람인 줄 몰랐다.

처음엔 어느 고급 아파트의 도어맨인 줄 알았다.


처음 옷을 들고 올 때의 태도가

너무 쪼잔해서 나도 일단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다만 옷을 찾으러 올 때 까탈스럽게 굴면 아니 되니,

옷을 세밀히 살피고 신경을 써서

이 곳 저 곳에 묻은 얼룩을 다 빼 주었다.


그 손님이 드디어 오늘 오후에 옷을 찾으러 왔다.


그가 올 때 지적했던

모든 얼룩이 빠져 있음을 자랑스레 확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조심스레 물어 보았다.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냐?"고.


어디 고급 호텔이나 아파트의 도어맨이겠거니

지레 짐작하고 툭하고 질문을 던진 것이었다.


자기는 연기도 하고

피아노 연주를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 파란 연미복은 바로 그의 연주복 중 하나였던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의 대화로 

그에 대해 알아낸 것은

쿵푸 무술로 영화에 출연도 했고

쇼팽을 즐겨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란 것이다.


반 시간 쯤 지난 뒤

그가 돌아 왔다.

그리고 내게 두 장의 피아노 연주 CD와

자기가 쿵푸에 대해서 쓴 책을 선물로 내게 주었다.


Vincent Lyn.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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