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딸네가 이사를 나간 후
우리 집에 몇 가지 어렵고 불편한 일이 생겼다.
가장 아쉽고 그리운 것은
주말이면 볼 수 있던 손주들이다.
그 안타깝고 허전한 틈을 메우려고
컴퓨터를 켰는데
아뿔사!
인터네 연결이 끊겼다.
딸네가 우리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자기들이 신청해서 우리와 함께 사용하던 인터넷 서비스를
매몰차게 끊어버린 것이다.
지하실 내 놀이터로 향했다.
그런데 tv가 사라졌다.
tv 방송은 거의 보질 않아도
dvd로 음악이나 오페라, 뮤지컬을 즐겨 보는 내 즐거움 하나를 도둑 맞았다.
이사 가면서 큰 딸네가 들고 간 것이다.
아무리 내가 tv를 보지 않는다고 해도 그렇지
tv까지 들고가는 건 또 무슨 심뽀인지.
잘 되었다.
그동안 콤퓨터로만 음악을 듣느라 미루어 두었던
LP판으로 음악을 들으며
제대로 내 신선 놀음을 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콘첼토며,
칼 뵘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니가 연주하는 운명 교향곡,
1959년에 녹음된 사운드 오브 뮤직,
뮤지칼 캐츠,
들국화의 행진 등등----
집히는 대로 들었다.
없어진 것이 많으니
잊히고 묻혔던 보물들이 드러나는구나.
이 사운드 오브 뮤직 LP판은
1959년도에 녹음되었는데
브로드 웨이 뮤지컬에 출연했던 오리지날 멤버들의 목소리로 녹음되었다.
내 귀와 마음이 호강한 일요일 오전.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탁소 손님 이야기 (0) | 2016.09.17 |
---|---|
김자접몽 (김씨의 나비꿈) (0) | 2016.09.15 |
사랑이란---- (0) | 2016.08.23 |
오늘 아침 하늘 (0) | 2016.08.22 |
살아 있음 (0) | 2016.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