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얼마전 ‘밀양’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여주인공 이신애는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고, 하나뿐인 아들과 남편의 고향인 경상도 밀양으로 이사를 합니다.

 

그 곳에서 피아노 학원을 경영하며 살 길을 찾던 주인공 신애는 외아들 준이를 돈을 탐낸 유괴범에 의해 잃게 됩니다.

 

숨바꼭질을 좋아하던 아들 준이는 엄마인 신애 앞에 영원히 나타나질 않습니다.

 

오직 하나뿐이던 기쁨이자 희망인 아들을 잃고, 울 기력조차 없던 신애는 지푸라기라도 집는 심정으로 부흥회에 갔다가 마음의 평정을 찾게 됩니다.

 

슬픔과 절망조차 신의 뜻이거니 생각하며 종교 생활에 몰두하지만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 자기 아들을 죽인 범인을 용서하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결국 범인을 만나 정말 어렵게 아들을 죽인 범인을 용서한다고 말을 꺼내자, 범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잘 되었습니다.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는데----- 그러나 이미 저는 신께 용서받고 감사하고 있습니다.”라고 말이죠.

 

사실 저도 이 장면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어요.

 

자식을 잃은 주인공은 그토록 처절한 고통을 겪고 있는데 정작 사람을 죽인 범인이 그토록 평온할 수 있다는 사실이 용납되질 않았습니다.

 

신에게 반항하기 위해 음악 CD를 훔치고, 교회 집회에서 목사의 기도 중간에 훔친 CD에 수록되어 있는 ‘거짓말이야’라는 노래를 틀어 신과 종교에 야유를 보냅니다.

 

그래도 더이상 살아있음을 견딜 수 없자 자살을 시도하게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살아난 신애는 처음 밀양에 올 때부터 동그란 원처럼 자신을 따라 다니며

 

온갖 굳은 일을 자청하며 도움의 손길을 주던 자동차 정비업소 사장인 종찬과 함께 퇴원을 하게되죠.

 

그리고 새롭게 살 결심으로 미장원을 찾습니다.

 

미용사가 자기 아들 살인범의 딸임을 알고, 분노가 치민 신애는 머리를 반 만 자른 채로 집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자기집 뜰에서 나머지 머리를 자르기 위해 거울을 보는데 한 손에 가위를 들어서 다른 한 손으로 든 거울을 통해서는 제대로 자신의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때 종찬이 슬며시 마당으로 들어서서 거울을 들어줍니다.

 

그제서야 신애는 제 모습을 바로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서 종찬이 마당에 들어선 것처럼 햇빛이 그집 마당의 응달에 말없이 내려와 앉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전 이 영화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하느님의 구원과 용서 그리고 은총이 우리 인간을 통하여 온다고 생각해요.

 

고통과 번민 속에 있는 주인공 신애의 곁에 연민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종찬이 늘 함께 하며 도움을 주고 있는데,

 

바로 이 종찬이라는 인물이 비밀스런 태양이란 뜻을 가진 밀양의 실존이 아닌가 생각해보았어요.

 

예수님은 지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계십니다.

 

그리고 그 소외된 이웃에게 비추어져야 할 위로와 희망의 비밀스런 햇빛은 바로 크리스천인 우리 자신이 되어야하지 않을까요?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머리를 자르려는 사람에게

 

거울을 들어주는 존재, 그런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