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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혜진C와 비타민C

 

저는 1월에 2주일 예정으로 한국을 다녀왔습니다.
부모님도 뵙고 친구들과 그리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다녀오신 분 들은 아시겠지만
미국과 한국 사이의 시간 차이에 적응하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여기 저기 여행을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야 하니 매일 늦게까지 잠을 못 자고 강행군을 해야 했습니다.
낮에는 밖에 나다니느라 쉴 틈이 없었고
밤에는 미국 시간에 길이 들대로 들어서인지
새벽 한두 시에 눈이 떠진 후 다시 잠을 이룰 수 가 없으니 정말 견디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아내의 학교 후배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후배라고는 해도 아내가 인터넷으로 공부하던 사이버 대학의 후배이니
아직 얼굴 한 전 본 적이 없는 사이였지요. 
다음 약속 시간도 이미 잡힌 상태여서 긴 시간을 같이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후배는 잠시라도 더 시간을 보내겠다며 우리가 만났던 경기도 분당에서
다음 행선지인 서울의 삼선동까지 바쁜 시간을 쪼개어 우릴 태워다 주었습니다.

처음 보는 우릴 그렇게 먼 곳까지 태워다 준 것도 고마운데
작은 선물 몇 개를 건네 주었습니다.  
미국에 살기에 참석할 수 없었던
학교 체육대회 기념 수건이며 우산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사소한 것들이지만 마음을 써서 준비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비타민 씨 한 박스도 있었는데
여행으로 피로할 테니 꼬박꼬박 챙겨 먹으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 배려와 사랑이 듬뿍 담긴 비타민을,
다른 일엔 부지런을 떨면서도 약 먹는 일엔 누구보다도 게으른 우리 부부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먹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건강한 몸으로 한국방문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동안 내내, 그리고 미국에 돌아와서도
그 후배 혜진씨의 마음을 문득문득 꺼내보며,
마치 먼 옛날 행복한 날들이 들어 있는 사진첩을 펼칠 때처럼 행복함에 젖곤 합니다.

남에게 베푸는 작은 배려가 삶에 얼마만큼 큰 활력소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남에게 베푸는 작은 배려는 곧 자신에게 베푸는 선행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면서 자신도 행복해지기 때문입니다.
작은 배려를 나누어줄 줄 아는 사람이 정말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아내의 학교 후배 혜진
가 준 비타민
두고두고 내 몸뿐만 아니라 내 마음에 새콤달콤한
그야말로
마음을 위한 비타민 씨로 남아있을 겁니다.